특히,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단기간에 115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수입 관련 지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달 들어 1740원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매수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불안한 조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1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20일)보다 1.5원 오른 1149.9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외국인들의 순매도세로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매수 규모가 급증해 전일보다 16.31포인트(0.89%) 오른 1854.28에 마감했다.
정부는 '환율 급등' 양상이 계속되자 직․간접적으로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는 한 환율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팀 부장은 "원.달러 환율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확산과 진정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이번 유럽재정위기 확산의 주요 요인인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10월 3일 1차분 지원에 의해서 해소가 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계속 확산된다면 환율 상승세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 부장은 환율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된다면 환율상승으로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제 경제 위축으로 수출물량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2가지 악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유럽 상황이 안정돼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당초 전망대로 1000원대 초반으로 수정되고, 세계 경제에도 별다른 영향 없이 국내 수출기업이 호조세를 보여 경기 확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막대한 국가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국가인 이탈리아의 순부채 규모는 GDP 대비 119% 수준으로 그리스의 5배 수준인 1조9천억 유로에 이르고 있다.
또한 유로권 4위인 스페인의 중앙은행(뱅크오브스페인) 부실채권 비율도 6.94%, 액수로는 1247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신용등급강등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 나라의 채권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중국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전염됐고 이들 나라의 채권을 보유한 프랑스, 독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리스 디폴트와 관련, 100% 구제금융으로 가면 은행문제가 자동으로 구제가 되기 때문에 유럽권 내에서 이 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데 독일이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리스가 디폴트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제시하는 구조개혁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데 경제적 부담과 국민들의 반대로 인해 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IMF나 국제기구들이 사실상 그리스 디폴트를 가정한 플랜비에 들어갔는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를 놓고 외환시장에서 여러 관측이 제기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가 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영향을 미처 제2의 리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ECB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 은행들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 ECB는 물론, 미연준위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매입 등 협조가 이뤄지면 해결이 잘 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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