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사진>이 적자로 돌아선 회사를 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해운업계의 불황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차입금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올 상반기 적자경영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오래된 벌크선 2척을 매각하고, 부산 감천터미널 부지를 1천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또 지분 15% 가량을 보유중인 한진에너지의 자본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유상감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재무적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올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이 지난해 말보다 16% 가까이 급감하고, 부채총계는 7.7% 늘어나면서 재무안정지표가 악화됐다.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23.2%에서 올 상반기 말 89.5%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 6개월 동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0% 가량 빠진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99.8%에서 올 상반기 말 383.5%로 급증했다. 1조1천700억원이던 차입금액이 6개월새 1조6천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차입금비율은 44.5%에서 70%로 껑충 뛰었다.
또 확정급여부채가 84억원에서 168억원(100.7%), 이연법인세부채는 580억원에서 1천491억원(157%)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2조6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자기자본비율도 25%에서 20.7%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해운업 불황으로 부진했던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재무안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진해운은 올 상반기 매출액만 5.6% 소폭 늘어났을 뿐 1천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1천407억원이던 순손실액은 2분기 2천74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도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액이 1분기 481억원에서 2분기에는 97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2006년 이후 선박 투자와 실적 부진으로 인한 국내 해운선사들의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업황이 단기적으로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가 금융위기 이전에 발주한 중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벌크선 등으로 인해 투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차입금액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유상감자 실시를 발표한 한진에너지가 주목되는 것은 지분율 14.56%인 한진해운의 참여여부에 따라 2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하고,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서다.
한진에너지는 50% 유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이 2억600만원에서 1억300만원으로 감소될 수 있다. 이번 유상감자는 희망하는 주주만 참여할 수 있어 한진해운이 이에 응할 경우 1천7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한진에너지는 최대주주가 대한항공(82.52%)으로 그 뒤를 이어 한진해운(14.56%), 한국공항(2.92%)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에너지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진해운 측은 "한진에너지 감자참여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이후 두 딸 조유경·유홍씨 등과 함께 대한항공, 한진, 한진중공업 등 보유 주식을 처분하며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작업을 해왔다. 시장에서는 한진홀딩스가 완전한 지주사가 되려면 한진에너지에 남아있는 지분을 40%로 끌어올리거나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유상감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