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해외 출장길에 오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미국 코닝사를 방문지로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이 코닝사를 방문한 표면적인 이유는 신성장 사업인 전자재료와 에너지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기가 죽은 삼성SDI에 힘을 실어주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SID는 올 상반기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삼성SDI의 손실 규모는 372억원이었다.
지난 5월 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 중인 태양전지사업을 삼성전자로부터 이관 받았던 터라 순손실은 더욱 굴욕적이었다.
게다가 바닥 실적의 돌파구 또한 마땅치 않아 삼성SDI 임직원들은 많이 위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방문한 코닝사는 삼성전자와 40년 가까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박막형 태양전지의 핵심재료인 태양전지 유리기판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와 함께 말레이시아 소재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라인을 개조해 2013년 하반기부터 태양전지용 유리의 본격 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3년부터 삼성전자가 준비해오던 결정과 박막 방식이 아닌 또 다른 박막형 태양전지 양산 도전을 앞둔 삼성SDI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배력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SMD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50대50의 비율로 설립됐으나, 올 3월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을 64.4%로 늘려 인수 합병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AMOLED가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채택됐고, SMD가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흡수 합병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LCD사업부 명칭을 올해 초 평판디스플레이사업부로 변경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움직임과 말 한마디는 사전에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이번 미국 출장도 분명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7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미국 코닝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그리고 일본 도쿄를 방문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