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금융위기로 흔들거리는 유럽 시장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23일 유럽을 방문, 현대차 체코공장과 프랑크푸르트의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을 돌아보면서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판매 전략을 검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 세계적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짜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공격적인 전략과 마케팅으로 전세계 자동차 회사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간 현대기아차의 저력이 다시 재현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및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불러온 혼란으로 전세계적인 불황이 예고되고 있지만 드물게 자동차업계만이 아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불황이 더 깊어지면 자동차산업의 타격도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는 듯한 정몽구 회장의 공격 경영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시장. 전세계 차량의 24.8%, 승용차의 31.1%가 유럽에서 팔린다.
또 BMW, 벤츠, 볼보, 폭스바겐 등 전통 있는 자동차회사들의 대부분이 유럽에 몰려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품질로 인정받으면, 전세계에서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아직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량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수출과 현지 판매를 합쳐 유럽에서 판매한 총 대수는 91민7천대로,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량(574만대)의 15.9% 수준이다. 유럽 지역 시장점유율도 4%대에 머물고 있다.
거꾸로 얘기하면 앞으로 개척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시장이다. 여기에 한-EU FTA와 환율이라는 우군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 FTA 발효 후 현대·기아차의 유럽 지역 판매는 증가세를 보인다.
현대차의 유럽 지역 7월 판매 대수는 5만대로 전년동월(4만대) 대비 25% 증가했으며, 8월에도 3만6천대에서 4만4천대로 22.2% 늘어났다.
기아차 역시 7월에 4만대를 팔아 전년동월(3만2천대) 대비 25% 늘어났으며, 8월에는 2만8천대에서 3만3천대로 17.8% 상승했다.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8월 유럽 지역 시장점유율은 5.8%(현대차 3.5%, 기아차 2.3%)로 월간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1~8월 시장점유율도 4.8%(현대차 2.88%, 기아차 1.95%)까지 상승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지난 13일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i30(프로젝트명 GD)’와 ‘신형 프라이드 3도어(프로젝트명 KED-8)’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울러 이번달 출시한 신차 i40도 유럽 전략형 프리미엄 세단을 내세우며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ix20, i30, i40 등 중형차 위주로, 기아차는 씨드, 벤가, 프라이드 등 소형차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FTA를 계기로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활 계획”이라며 “ 앞으로 기아차도 유럽에 중형차를 출시하는 등 차종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번 유럽 방문중 “우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던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유럽 경기 침체에 불안해하지 말고 유럽전략형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가자”고 현지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유럽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공장 증설보다 생산성의 극대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비슷한 전략으로 “공장 증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안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