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연말 정기 인사의 패턴 대신 수시로 임원 인사를 단행, 조직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요즘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로 회사 안팎을 놀라게 한 대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현대기아차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진을 이유로 연말 인사 원칙을 깨고 회기 도중인 지난 7월1일부터 전격 인사를 단행하는 등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사업부장이었던 장원기 사장을 경질하고 반도체와 LCD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를 신설해 권오현 사장을 총괄사장에 임명한 데 이어 같은달 20일에는 제조센터장에 메모리사업부 출신의 박동건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LCD 사업부의 부사장급 임원을 모두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9월1일자로 대(大)팀제를 도입하며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10여명의 임원을 사실상 해임 조치함으로써 연중 사장과 부사장, 담당임원을 일괄 교체하는 사상 초유의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 역시 이건희 회장이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6월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과 인사지원팀장을 전격 교체했다.
라이벌 LG전자도 연중 인사의 틀을 깨 수시 인사 체제를 도입하고 구본준 부회장을 중심축으로 한 조직 개편을 수시로 단행하는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전사 조직개편에서 품질관련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혁신부문 내에 신설했던 품질담당(한주우 전무)을 지난 6월 구본준 부회장 직속 조직으로 이관한 데 이어 7월에는 AE사업본부 산하 솔라사업팀도 구 부회장 직속 조직으로 옮겼다.
이는 구 부회장이 품질 관련 이슈와 개선사항을 직접 보고받거나 지시해 '품질 최우선 경영'을 강화하고, 신성장 미래사업으로 육성하는 태양광 사업의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그룹도 그룹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SK텔레콤에서 지난 4월 74개 본부를 68개로 통·폐합하고 임원 13명을 교체하는 깜짝인사를 단행했다. SK는 보통 연말에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비정기 인사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SK텔레콤의 비정기 인사 배경은 '가볍고, 빠르고, 실행력 있는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SK관계자는 설명했다.
수시 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연례 행사처럼 12월 무렵 반복해 온 정기 인사를 가을로 앞당겨 남보다 먼저 '새판 짜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건설 등을 계열사로 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말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인사 패턴을 확 바꿨다.
원래 재계에서 가장 이른 11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해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정기 인사를 건너뛴 뒤 이듬해 9월 소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조직 살빼기 차원에서 계열사 임원 수를 30%나 감축하기도 했다.
CJ그룹은 작년 10월 말 3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파격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인사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재작년까지는 다른 기업과 같이 매년 11∼12월 말 인사를 했으나 작년에는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받은 인사를 조기 발탁함으로서 새해 사업전략을 선제적으로 짜기 위해 인사를 앞당긴 바 있다.
CJ 관계자는 "인사 계획은 아직 공지된 바 없지만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새해 경영전략을 충실히 수립하기 위해 인사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