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수수료와 이자수익, 여기에 고배당 논란까지 더해지며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높은 실적'을 발표했다가 괜한 불똥이 튀지 않을 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행장 민병덕)과 신한은행(행장 서진원), 우리은행(행장 이순우), 하나은행(행장 김정태)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올 상반기에 10조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이번 3분기에도 3조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사상 최대인 20조원의 순익을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들은 유로존 위기 등 경제 침체 우려에도 예상 밖의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금융권 탐욕'을 규탄하는 한국판 월가 시위 확산 등 국민들의 호된 뭇매를 맞지 않을까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26일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 28일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 다음달 1일에는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금융지주사 가운데 첫 시험대에 오른 하나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감소한 2053억원1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2.9% 늘어난 8조8170억원, 영업이익은 0.1% 줄어든 2965억8700만원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8% 감소한 1795억5500만원, 하나대투증권은 전년 동기대비 80% 감소한 98억8800만원이었다.
하나금융의 실적이 감소한 것은 2분기의 현대건설 매각이익(1812억) 등 일회성 이익 소멸로 인한 매매평가익 감소와 희망퇴직에 따른 명예퇴직금(867억) 등 일시적인 판관비의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은행권이 3분기와 4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 은행이 고배당 및 성과급 잔치를 준비중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는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손충당금이나 대손준비금을 지금보다 많이 쌓도록 하는 등 은행의 배당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며 은행의 고배당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배당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줄여 배당성향을 낮추기 위해 대손충당금(대출채권이 부실해질 때를 대비해 은행 내부에 쌓아두는 자금)과 대손준비금의 적립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5년(2006~2010년)간 총 32조3천806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10조5천280억원을 현금배당해 32.5%의 배당성향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는 5년간 순이익 22조원 중 17.5%에 해당하는 3조8천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그간 은행의 고배당 문제는 건전성 훼손과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았다. 특히,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빼가는 행태가 지속되면서 외국계 대주주 규제와 금융거래세 도입을 통한 세금 환수와 같은 대안마련이 요구됐다.
은행권의 과도한 배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지주사들은 "고배당을 자제하겠다"며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은행 배당 문제는 해당 회사의 주주총회(연간 1회)를 통해 결정(중간 배당의 경우 정관 명시,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되고, 대주주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실제로 고배당 관행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시장에서는 유로존 위기 여파로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다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반감돼 주가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21일 현재 하나금융 주가는 전일대비 1000원(2.79%) 오른 3만6천800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3분기 실적이 감소했지만 최근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날 기업은행 주가는 전일대비 400원(2.9%) 오른 1만4200원, KB금융는 전일대비 650원(1.61%) 오른 4만1050원, 우리금융은 전일대비 200원(1.98%) 오른 1만300원을 기록한 반면 신한금융은 전일대비 150원(0.35%) 떨어진 4만2150원을 나타냈다.
구경회 현대증권 금융팀장은 "투자자들은 현재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인 유럽 재정문제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줘서 내년 실적이 어떻게 무너지느냐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3분기 실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구 팀장은 "21일 은행주 가운데 기업은행 주가 상승폭이 제일 컸고 증권주들은 더 올랐지만 특별한 상승요인은 없는 것 같다"며 "최근 외환은행 인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하나금융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였는데 이날 신한금융 주가만 하락한 것은 전날(20일) 중견건설사인 범양건영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출이 가장 많았던 신한금융 주가가 일부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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