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시된 수리용 부품의 보유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상 기준을 강화되야 한다는 소비자 목소리가 높다.
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품목별로 수리용 부품에 대한 보유기한을 명시하고 있으며 만약 제조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수리 불가능해진 경우, 소비자는 제품 정액금액에서 감가상각한 환급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기존 제품을 수리하는 비용에 비해 새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가 지급해야할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환급금의 적정성'을 두고 소비자와 제조사 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변경사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새제품 사려면 환급금으론 턱도 없어"
26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거주 김 모(남.27세)씨에 따르면 그는 3년 전 삼성전자의 24만원대 MP3플레이어 ‘옙(YEPP)'을 구입해 문제 없이 사용해 왔다.
이달 초, 배터리가 자동으로 방전되는 증상이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찾은 김 씨는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품 금액에서 3년간 이용기간을 적용해 감가상각한 11만원의 환급금을 주겠다”는 안내를 받게 됐다.
김 씨는 “20만원대 기기를 3년밖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수리도 못 받는 처지”라며 “어쩔수 없이 비슷한 제품을 구입하느라 10만원을 더 들여야 할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휴대용음향기기에 대한 부품보유기한으로 4년을 책정하고 있다.
김 씨의 MP3플레이어는 2008년 9월 생산, 이 기준에 따라 4년 후인 2012년 9월까지는 수리용 부품을 통해 3만원 내외의 수리비만 들이고 기기를 고쳐 쓸 수 있어야 했지만 제조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새 제품 구입에 필요한 추가비용 10만원이 더 들게 된 것.
이 때문에 김 씨는 기존의 MP3플레이어를 장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11여만원의 환급금을 받고 허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터리를 생산하던 외주업체 사정으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소비자가 1만원만 더 부담, 사용하던 제품과 동급의 MP3플레이어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 "신제품 판매 위해 부품 고의 단종" 의혹
제주시 일도2동에 거주하는 안 모(남.50세)씨 역시 부품보유기간이 2년이나 남은 TV의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했다.
안 씨는 지난 2006년 1월에 당시 최신 기종인 LG LCD TV (모델명 42LP1D)을 홈씨어터 포함 500만원에 구입했다. 7월초 TV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고객센터에 AS를 의뢰했지만 “부품이 단종됐으니 감가금액에 10% 가산하여 105만1천원을 환불하겠다"는 메일만 받게됐다고.
안 씨는 산지 5년 남짓 지난 가전제품의 부품이 단종됐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안 씨는 “500만원짜리 TV를 고작 5년 보겠다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후 AS는 안중에도 없이 팔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기 훨씬 전에도 국산 가전제품을 20년 가까이 쓸 수 있었는데, 오늘날은 일부러 부품을 단종시켜 신제품을 팔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부품보유기간은 7년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감가상각한 환급금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보품보유기간에 대한 개정안 입법 예고...가산금 기준 높여
이처럼 제조사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시해둔 부품보유기간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기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본법에는 이를 위반한 제조사에 대한 직접적 제재 사항을 명시해두지 않아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정액감가상각된 환급금에만 의지해야할 상황.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는 “현 소비자기본법상에는 제조사가 부품보유기한 지키지 않더라도 직접적 제재조치를 가할만한 벌칙 기준 등이 없다”며 “그 대안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이 최근 행정 예고되면서 제조사가 부품보유기한을 지키지 않은 경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배상기준이 상승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정액감가상각 후 남은 '잔여금'의 10%가 가산됐지만 개정 후에는 잔여금이 아닌 '구입가'의 10%가 가산될 수 있도록 보다 높은 가산금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추진중인 것. 또 부품보유기한도 1~2년 정도 늘어날 예정이며 부품보유기한 기산 시점은 ‘해당품목의 생산이 중단된 때’로 명시할 예정이다.
부품보유기한 관련 개정안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거센 반발이 있었던 터라 이번 개정안이 제조사 측의 부품보유기한 준수를 유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