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사는 주 모(여.40세)씨에 따르면 그는 며칠 전 8만원이 넘는 정보이용료가 결재됐다는 SMS를 받고 기겁했다. 알고 보니 10살 된 딸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수차례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던 것.
딸이 실행한 게임은 3천원 상당의 유료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혹시나 싶어 11월 청구될 요금 내역을 확인해 본 주 씨는 동일한 아이템 구매 명목으로 무려 19만550원 결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게임을 실행시켜 결제 과정을 살펴본 결과 터치 몇 번만으로 손쉽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
게임 다운로드 전 ‘전체이용가’라는 등급까지 확인했던 주 씨는 “가벼운 작동만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더군다나 순식간에 2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게임을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도 되는 것이냐”고 황당해했다.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준희(가명,8살) 군의 아버지 김 모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운전 중 ‘결제금액 15만원’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당황한 그는 요금을 청구한 이동통신사 측에 문의하고 나서야 준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게임 앱을 가지고 논 사실을 알게 됐다고.
아들이 5만원 상당의 콘텐츠를 고작 1분 동안 3차례나 구입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김 씨는 결제 과정을 확인해 본 뒤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수만 원 대의 콘텐츠 결제임에도 불구, 그 과정이 믿기 어려울만큼 간단했기 때문.
김 씨는 “8살 된 아들이 ‘12세 이용가’ 게임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결제가 간단하다면 12세 이상이 이용하더라도 부당한 요금청구는 부지기수일 듯 하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순식간에 10여만 원의 유료콘텐츠가 결제되는 바람에 곤혹을 겪은 소비자들의 억울한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용등급이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라고 하더라도 수만 원대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게임인데도 결제 과정이 허술하다”며 “이용등급을 대체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콘텐츠 가격은 등급 분류 기준서 제외?
그러나 개발사와 이통사 양측은 유료 콘텐츠의 가격이 아무리 고가라고 하더라도 앱 자체의 기능상 오류가 아닌 이상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게임(혹은 게임 내 콘텐츠) 구매가격은 등급분류 시 고려되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는 ‘전체이용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수만 원 대의 아이템을 터치 몇 번만으로 구매 가능토록 하는 허술한 절차가 허용되는 셈인 것.
게임개발사 관계자는 “결제 과정은 이통사와 협의해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라면서도 “부모의 휴대폰을 아이가 사용하다가 결제 실수를 한 부분은 소비자가 부주의했던 면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게임 이용등급에 대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통사 측 역시 유료임이 분명히 표기돼 있고, 시스템 오류가 아닌 이상은 원칙적으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
게임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이용등급은 콘텐츠 자체만으로 결정된다”며 “사행성이 있는 고스톱 포커를 제외하고, 가격은 (등급분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 측에 성인은 50만원, 청소년은 7~15만 원 정도로 구매한도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적 근거는 없다”며 “너무 구체적인 부분까지 제한하면 검열에 해당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 게임물 등급분류 기준은?
▲ 등급분류 세부기준(출처: 위와 동일)
일반적으로 국내 유통되는 PC, 온라인, 모바일, 비디오 게임물의 등급은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로 나뉜다.
‘전체이용가’ 게임의 경우 선정적인 내용, 폭력적인 요소, 범죄 및 약물 내용, 저속어와 비속어, 사행적 요소가 없어야 하며, 반대로 선정적인 노출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거나 사행성이 높은 행위를 유발하는 경우에는 ‘청소년 이용불가’로 분류된다.
등급분류는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의 5가지 요소가 고려되는데 이때 콘텐츠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편, 게임위는 국내 유통되는 PC, 온라인, 모바일, 비디오 게임물에 대해 등급분류 결정하는 기관으로 게임위로부터 등급을 받은 모든 게임물은 서비스 또는 제작 배포를 할 경우에 게임물에 대한 내용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