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부채문제 해결 등 나홀로 고군분투하며 주력했던 일들이 주변의 무관심으로 더딘 성과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고군분투 속에 작으나마 우리 금융시장이 조금씩 개선돼 가고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그간 부동산실명제, 외환위기 등 국가의 중요 위기 때마다 뚝심있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대책반장'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던 그가 최근 들어선 인내심으로 버텨가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특히, 저축은행 문제의 경우 김 위원장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방의 반대세력에 부딪쳐 의도했던 만큼의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의 등장으로 소기의 성과는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김 위원장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MB정부의 수명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추구하려 했던 정책들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김 위원장의 정책적 신념과 소신이 금융계와 금융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석동 '저축은행 클린화' 나홀로 고군분투
올해 초 '저축은행 부실문제' 해결사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로 인한 영업정지 사태 속출과 불안을 느낀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그로 인한 구조조정 범위 축소 등으로 적지않은 애를 먹었다.
김 위원장은 올 상반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인 부실저축은행 8곳을 영업정지하며 1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후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해 토마토․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하며 2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이로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 됐음을 선포했으나 저축은행들의 전체적인 부실 PF 규모가 크고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떠넘긴 저축은행 부실 PF대출채권이 7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조조정 축소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김 위원장의 저축은행 클린화 노력은 여느 금융당국 수장과 달리 거침없고 과감하게 추진됐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전 정권부터 곪을 대로 곪은 데다 금융당국 전․현직 관료와 정권 실세 인사까지 비리에 줄줄이 엮여 있는 상황이어서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심각한 부실 위험을 안고 있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오히려 정치권으로부터 '고객 불안을 초래했다'며 호된 반발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의 경우 전국 1464곳(6월 기준) 중 77곳이 적기 시정조치를 받았고 108곳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을 만큼 부실우려가 커 감독강화와 구조조정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협조와 소극적 의지, 저축은행 개혁을 방해하는 거대한 정치세력 등 불가항력의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김 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방해를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급한 정책추진 지양, '개혁 드라이브'는 계속돼야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스스로도 성급한 정책 추진보다는 끈기와 인내를 갖고 금융 구조조정 계획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기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으로 금융권을 압박하려다 되레 역공을 당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저축은행 구조조정 그리고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및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 민영화 추진이 바로 그것들이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서면서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상 한국은행(총재 김중수)이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1년 넘게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경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규제(월별 가계 대출 증가율 0.6% 관리)에 나서자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을 제외한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하는가 하면 '가계부채 억제'를 빌미로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는 얌체 행각까지 벌였다.
또한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등의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추진했다가 금융계와 정치권의 반발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김 위원장이 올해 1년간 저축은행 부실문제 척결과 가계부채 해결, 서민금융 강화에 노력했던 점은 분명 인정할 부분이다.
하지만 일시적․표면적 성과보다는 금융기관의 완전한 부실 척결과 정책의 영속성 및 장기적 효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충언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가 이대로 멈출지, 아니면 금융계에 또 다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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