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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성과주의 집착'에 노사갈등 재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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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성과주의 집착'에 노사갈등 재연 조짐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1.11.1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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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행장 리처드 힐)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 24시간 영업체제 및 주말 근무제 전환 등을 통해 한국 금융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커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SC제일은행이 한국 금융 산업의 특성과 정서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사실상 이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SC제일은행 노조 측은 사측이 2010년 임금단체협상을 빌미로 계속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내달부터는 쟁의행위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혀 영업정상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SC제일은행은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본점 조직 재편 및 슬림화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소매금융본부, 기업금융본부, 인사부, 재무부 등 주요 본점 부서들의 하부 조직이 통폐합되거나 재편성되고, 본점 직원 중 160여 명도 재배치될 전망이다.

그간 본점이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터라 직원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업점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앞서 지난달 31일 '통합 채널 구축을 위한 소매금융 영업조직 확대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기존 16개 영업본부를 5개로 축소하고 38명의 영업본부장 아래 담당 지점수를 줄여 각각 직원 수 2~3명의 미니점포를 신설하는 것으로 사실상 '개별 영업체제'로의 전환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과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4시간 영업체제를 도입하고 주말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탄력근무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지점 수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힐 행장은 이를 통해 한국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실제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SC제일은행 노사는 2011년 임단협과 관련,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과 성과향상 프로그램(후선발령제도) 대상 확대, 상설명예퇴직제도 폐지 등을 놓고 수개월째 논의 중이지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사 간의 임단협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SC제일은행의 조직 개편 작업도, 성과주의 문화 이식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측이 지난달 초 임원급 9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 연말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등 '구조조정 강행'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SC제일은행 측은 영업점 추가 폐쇄와 연말 대규모 감원설에 대해 의혹을 일축했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단협과 관련해 5차까지 실무자 교섭을 가졌는데 아무 진전이 없어서 대표자 교섭을 요청한 상태"라며 "협상시한을 정해 둔 것은 아니지만 이달까지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쟁의행위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측의 성과연봉제 전환 움직임에 대해 "예전에 딜러나 일부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에 한해 연봉제 전환 신청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정규직은 아니었고 현재로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최근 힐 행장이 뉴욕에서 한 발언(24시간 영업, 주말 근무 등)은 노사 합의 없이는 전혀 실현 불가능한 얘기로 이에 대해 노사 간에 어떤 얘기도 오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영업체제 도입 등은 '취업규칙' 변경 사항으로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가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하다.

노조 측은 임단협 교섭 진행상황과 별개로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말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 문제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에서 명시(매년 1회 명예퇴직 실시)된 내용 외에 강제적으로 감원을 진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융계는 SC제일은행이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강행할 경우 영업정상화 불능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과 시장 입지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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