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하이닉스 권오철 사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경영진 교체가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경영진 교체를 통해 인수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를 인수한 SKT 측은 내부적으로 현 경영진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SKT 관계자는 "아직 최종 인수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반도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 권 사장이 SKT가 공언한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에 반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할 뜻을 밝히고 있어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권 사장은 작년 줄곧 '비메모리 사업에 재진출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 다른 것은 안 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최근 SKT로의 매각이 기정사실화 됐을 당시에도 그는 언론을 통해 "우선 메모리 분야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차후 점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영역을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발 물러선 듯해 보이는 뉘앙스이긴 하나 메모리 반도체 육성 의지는 변함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전형적인 하이닉스맨인 권 사장은 그간 회사가 워크아웃 및 업황의 어려움 겪는 와중에 주요 임원직을 맡으며 메모리 반도체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일궜다.
작년 권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하이닉스는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번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매출 12조987억원 영업이익 2조6천962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8월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될 경우 통신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엇갈린 시각속에서도 SKT가 당장은 자금 마련이 어려워 권 사장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SKT와 하이닉스의 현금창출능력 영업이익으로 봤을 때 당장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위한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더구나 삼성전자가 내년 이 사업에 7~8조원의 투입할 계획이어서 하이닉스가 경쟁자 지위에 올라서기엔 더욱 길이 멀다. 통상 비메모리 라인 1개를 건설할 경우 5조~7조원 내외가 소요된다.
하이닉스는 당장 내년 3~4조원을 20나노 초반대 및 10나노급 D램 개발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쏟을 예정이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천900여억원인 점에 비춰 막대한 투자규모다.
SKT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8천억원 정도다. 작년엔 2조원을 기록했다. 감가상각비를 포함하면 4조2천억원 정도로 올라서나 시설투자비에 매년 2조원이 사용되는 만큼 신규 투자 여력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하이닉스 인수대금 3조4천억원 중 2조원가량을 차입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SKT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영역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많이 가진 SKT로써는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업을 위해 반드시 비메모리 사업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