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사업 진출을 보며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중소 상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감시하고 정부를 압박해 각종 규제법을 만들어도 작정하고 교묘하게 달려드는 대형마트들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법망을 피해가는 수법이 하도 신통방통해서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래시장 경계 1km를 전통상업보전구역으로 지정, 골목상권을 지키겠다며 유통산업법을 개정했지만 대형마트들에겐 가벼운 허들에 불과했다.
이내 가맹점 형태의 변종 SSM이 나왔다. 절반 이상의 지분을 자영업자에게 주고 가맹점 방식으로 점포를 열자 중소 상인들도 할말이 없어졌다. 그 가게의 주인이 자신들과 같은 일반 자영업자인바에야 점포를 열지 말라고 악을 쓸 논리가 부족했다.
이렇게 야금야금 점포를 늘려가면서 최근 1년새 SSM은 570%나 늘어났다. 법이 사실상 무력화 된 셈이다.
대형마트의 SSM 사업 확장 수법은 최근 또 다른 진화에 돌입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 마트 체인을 인수하는 것. 이마트의 킴스클럽마트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그동안 사회적인 여론을 의식해 홈플러스나 롯데슈퍼와 달리 SSM을 본격적으로 펼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점포수도 24개로 다른 롯데슈퍼나 홈플러스보다 극소수였다. 그러나 이마트는 53개의 SSM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킴스클럽마트를 전격 인수해, 이마트 슈퍼로 개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 없는 인수 승인을 받으며 날개를 단 것이다.
공정위도 이마트의 속셈을 알지만 인수를 불허할 마땅한 법적인 틀이나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슈퍼도 CS유통이란 중소 마트체인을 인수, 현재 기업결합 심사 중에 있다. 롯데슈퍼는 여론의 뭇매에도 불구 그동안 굳건하게 점포를 출점해와 300개를 훨씬 넘겼다. 이런 롯데슈퍼가 213개의 점포를 가진 CS유통을 인수해 결합하게 되면 점포수는 무려 540개에 달하게 된다. SSM공룡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와 중소상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었지만 거대자본의 파도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직은 유리한 결투를 하고 있는 듯하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되면 중소상인 보호를 명목으로 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국제 통상분쟁의 실마리가 될 수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영국 테스코가 이미 유통산업법 개정에대해 항의 서한을 전달한 전례가 있고 앞으로 FTA로 자본의 논리가 더욱 강화될 경우 중소상인들은 그나마 강력한 오른팔인 정부마저 적군에 넘겨줘야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3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총 자영업자는 무려 600만명에 달하는 수준으로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 슈퍼 편의점 식당 PC방 제과점등 소규모 가게 들이다.
특별한 노하우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있는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서민형 업종중 하나인 슈퍼마켓 시장이 모두 거대자본의 품에 안기면 그나마 이들의 설 땅은 그야말로 바늘 틈 같은 틈바구니 밖에 없다.
열 순사가 한 도둑을 잡지는 못해도 한 도둑이 개과천선해 열 순사도 필요 없는 세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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