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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벌가 '아빠바보' 딸은 안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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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벌가 '아빠바보' 딸은 안나올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11.2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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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밝고 화사한 메이즈메이 빨간색 카디건을 입고 이너로는 하늘하늘한 분홍색 질 스튜어트 블라우스를 매치해 럭셔리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재벌딸 룩을 연출했다. 그 위에 아우터(outer)로는 무난한 블랙 컬러의 소니아리키엘의 울 코트에다가 다크 레드 컬러의 마크 제이콥스 가방을 착용해 고급스러움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면까지 가미한 비즈니스 우먼 룩을 강조했다'.

 

최근에 방송된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딸의 옷매무새에관한 기사중 한 단락이다.

 

재벌딸은 으레 그렇듯 럭셔리한 옷과 가방 구두를 걸치고 하는일 없이 ‘아빠 회사’에서 중책을 맡으며 고급 자동차등 회사 혜택을 모두 누린다. 직원들은 쩔쩔매고 그녀는 도도하다.

 

악역으로 나올 경우 회사의 지위를 이용해 남의 남자를 빼앗으려 하고 히로인인 경우 ‘서민’직원과 사랑에 빠져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는 과정이 대부분의 영화 줄거리다.

 

재벌 딸에 각인된 또 하나의 캐릭터는 미국 영화배우 패리스 힐튼이다.그녀 또한 대부분 기사에서 패션과 쇼핑만이 언급된다.

 

어느 브랜드 옷과 가방을 들었고 어디에서 얼마치의 럭셔리 쇼핑을 했는지, 어디를 호화롭게 여행했는지, 어떤 질펀한 파티를 했는지가 입방아에 오를 뿐이다.

 

힐튼가의 상속녀라고 하지만 그녀가 힐튼호텔의 경영이나 영업, 골치아픈 재무 회계등에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한번도 없다. 철저히 사치함과 가십속에서만 존재감이 부각되는 그녀다.

 

우리나라의 재벌딸들은 어떤가? 예전 재벌딸들은 철저히 은둔자였다. 패리스 힐튼처럼 상속녀였을 뿐 후계자로서 조명은 철저히 아들들의 몫이었다.

 

회사를 상속받아도 경영 전면에는 남편이 나서고 그녀들은 그녀들의 어머니처럼 막강한 ‘안방마님’의 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세태가 달라졌다.

 

딸들도 기업의 실제 경영자로서 독립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최고 경영자, 혹은 주요 임원을 맡고 등기이사에 이름도 올린다.  스스로 책임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선포인 셈이다.

 

예전 신라호텔 뷔페식당에서 한복입은 여성의 출입을 제한했다가 사회적 몰매를 맞자 이부진 사장이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은 여느 책임있는 경영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궂은일 마른일 겪지 않고도 패리스 힐튼처럼 럭셔리 쇼핑과 호화 여행, 즐거운 파티만 벌이고도 평생을 도도하게 살 수있는 그녀들이 이처럼 척박한 기업 경쟁에 뛰어든 것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욕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지위 향상 이란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들이 아닐 수없다.

 

새로운 뉴스 밸류의 인물들에 언론들도 열광하고 있다. 모두가 선망하는 재벌가의 상속녀이자 내노라하는 굴지 기업의 중책 명함까지 거머쥔 그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 회사의 말단 사원이 되기 위해  온갖 스펙을 쌓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보통사람들로서는 동경과 호기심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그렇게 잘 나가던 재벌딸들이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럭셔리 옷과 용품, 고급 베이커리, 광고, 부동산등 손쉽고 사치스러운 사업으로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이런 사업마저 ‘아빠 회사’의 비호를 받아 땅짚기 헤엄치기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재벌 2,3세 딸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사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고급 빵을 만들어 가문이 운영하는 백화점이나 회사 매장등에 손쉽게 입점시키고 수수료도 싸게 감면받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어디 그게 빵공장 뿐이던가? 서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값비싼 브랜드 옷을 경쟁적으로 들여오고 럭셔리 브랜드 경연장인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는 혈투를 벌인다.

 

재벌딸들이 경쟁적으로 움켜진 강남 청담동 땅은 부동산 경기침체를 무색하게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은 발도 못들여놓을 곳이 돼 버렸다.

 

'아빠회사'의 막대한 광고물량도 모두 딸 회사에 배정돼, 배경없는 고만고만한 광고회사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커피숍을 차려도 입점할 곳은 널려 있다. '아빠 회사'의 계열사와 공장, 사무실이  한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사업 내용이 점차 세상에 알려지면서 치열한 기업가 정신을 칭찬하던 세간의 여론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예전 재벌들은 부의 편중이란 비판속에서도 새로운 모험 시장에 물불 안가리는 열정으로 도전해 국부를 일군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 삼성 이병철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LG 구자경 회장, SK 최종현 회장등이 국민적인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딸의 사업은 그런면에서 바닥의 평가밖에 받을 수없다.

 

기업 CEO로, 주요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도 경영활동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보다 무슨옷을 입었는지? 핸드백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떤 땅을 샀는지?에 언론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같은 잠재적인 평가와 무관하지 않은 듯 싶다.

 

예로부터 딸은 아빠를,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고 한다.

 

아빠 닮은 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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