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재원(48) SK수석부회장의 비애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지녔음에도 형의 그늘 아래서 꽃 피울 만하면 굵직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꺾여 졌기 때문.
최 부회장은 고 최종현 회장의 차남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3살 아래 동생이다.
최 부회장은 출발 선상에서부터 형의 그늘 아래 서야 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많지 않아 '뭉쳐야 산다'는 최 회장과의 묵계 속에 상속포기 각서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룹 계열사에서 절치부심하며 오너 경영인으로 입지를 다지려 했지만 성공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 부회장은 1996년 SKC의 사업기획 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폴리에스터 필름 등 신소재 사업에 집중투자하며 첨단화학기업으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1999년 말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전략, 기획 및 대외 업무를 총괄하며 2004년 4월 사임 할 때까지 가파른 성장을 주도 했다.
취임 전 4조4천419억원이던 매출은 2003년 말 9조3천239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3천72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조7천976억원으로 무려 9배나 성장했다. 작년 SK텔레콤의 매출이 12조4천억원인 점에 비춰 가히 눈부신 성장을 이뤘던 셈이다.
SK텔레콤 전무 시절 그는 '파이낸싱'의 귀재로 불리며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 통신을 인수하기 위해선 1조7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27.6%의 지분을 보유한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SK텔레콤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2004년 SK텔레콤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여파로 최태원, 손길승 회장과 표문수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오너경영을 종식시킨다는 취지로 사임해야 했다.
이후 3개월 뒤인 2004년 5월 그는 SK엔론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경영권 안정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2006년 SK가스 공동대표에 올랐고 지난 3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기까지 4년 동안 기존 2조5천100억원이던 매출을 4조9천430억원으로, 5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938억원으로 각각 2배 가량 늘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경영능력을 다시 한 번 검증받은 최 부회장은 지난 3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SK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형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여 만에 최 부회장은 공금 횡령 혐의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회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가운데 500억원 정도가 최 회장 형제의 선물 투자에 전용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의 초점은 최 부회장에게 맞춰진 상태다.
지난 2일 최 부회장은 검찰로부터 15시간 동안 횡령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특히 이번 횡령 사건은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부분 플러스 성장을 거둔 상황에서 일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최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과 함께 나란히 형제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비상은 커녕 횡령혐의로 인생 최대의 위기로 상황이 급반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신 문턱에서 좌초 위기를 맞은 최재원 부회장이 이번 고비를 넘기고 오너로서 패왕(霸王)이 될지 패왕(敗王)으로 사라지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