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회장 최태원)가 자회사인 SK텔레콤(사장 하성민) 주식을 잇달아 매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SK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일까지 17차례에 걸쳐 총 81만3천833주의 SK텔레콤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1천2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추산된다. 이로써 SK의 SK텔레콤 지분율은 23.2%에서 24.2%로 1%p 높아졌다.
재계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인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줄줄이 순매도에 나서자 주가 방어를 위해 SK가 백기사 역할을 맡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난 7월 이후 5개월 동안 SKT 주식 524만주(6.5%)를 꾸준히 팔아치웠다. 12월 첫째 주 순매도 1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도 49%에서 42.5%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있던 2009년 초 기록했던 42.8%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들의 SK텔레콤 주식 매도는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2조원 가량의 차입이 예상돼 고배당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SK텔레콤 주가는 지난 8월9일 12만6천500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14만5천원에서 16만원을 오가던 주가는 지난달 1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한때 14만1천500원으로 급락키도 했다.
이 같은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SK는 11월8일부터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꾸준히 SK텔레콤 주식 매수에 나섰다. 특히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매수 규모를 더욱 늘렸다. 14일 8만주, 15일부터 17일까지 각각 5만주 그리고 18일 다시 7만주를 매수 했다.
SK의 주식 매집에 힘입어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15만원(5일 종가)으로 인수 발표 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 이슈로 인해 SK텔레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도와 관련 없이 SK텔레콤의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송재경 연구원 역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확대는 해당 주식이 가치대비 주가가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 기회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1월 후반 이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며 "SK의 지분 매입이 SK텔레콤 수급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하이닉스 인수의 부정적인 측면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2만2천원을 유지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