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분실·파손에 대비한 휴대폰 보험 가입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할 때의 기대만큼 보상과정은 순탄치 않다. 업체 측의 불성실한 업무처리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끓어 오르고 있다.
분실 접수 후에도 갖가지 핑계로 보상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가입 당시 미흡한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를 당황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련 피해가 급증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이동통신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휴대폰 보험서비스를 대폭 개선키로 하고 SK텔레콤, KT, LGU+에 통보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값비싼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보험 가입을 유도할 때는 다해줄 것처럼 굴다가 막상 일이 터지면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며 “이통사들의 일방적인 횡포를 더욱 엄격하게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109만6천명이었던 휴대폰 보험 누적 가입자 수는 2010년 270만7천명, 2011년 5월말 기준 454만8천명.
방통위가 이통사 측에 개선 지시한 휴대폰 보험 관련 내용은 ▲휴대폰 보험 가입 시 ‘휴대폰 보험 주요내용설명서’를 제공할 것 ▲휴대폰 보험혜택을 받아도 이동전화서비스 해지가 가능하도록 할 것 ▲약정기간이 없는 가입자도 휴대폰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할 것 ▲보상처리 기간(휴무일 제외 최대 7일을 넘지 않을 것)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할 것 등이다.
◆ 보상서류 제대로 확인도 않고 시간 지연
7일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이 모(남.32세)씨는 휴대폰 보험금을 받으려다 업체 측의 시간끌기에 애를 태워야 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 씨는 지난달 휴대폰을 아파트 6층에서 실수로 떨어뜨렸다. 기계는 심하게 파손됐지만 지난 4월 구입 당시 휴대폰보험에 가입해 매달 4천 원가량의 보험료를 내고 있던 터라 안심했다.
다음날 이 씨는 수리업체에 휴대폰을 맡기고, 이튿날 보상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 업체 측으로 팩스로 보냈다. 팩스 송부라 불안했던 그는 전화상으로 ‘정상접수’ 여부까지 꼼꼼히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직원의 답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보험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업체 측에 문의한 이 씨는 그가 보낸 서류 중 일부 내용이 희미해 심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그제야 들을 수 있었다고.
화가 난 이 씨의 항의에 담당자는 ‘전화연결이 안됐다’는 무책임한 말로 화를 돋웠다.
이 씨는 “처음에 서류에 문제가 없었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확인조차 않고 형식적으로 답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연락 없이 시간만 지연했다”며 “소비자의 불편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최초 서류접수 후 심사진행 중이었으나 서류에 품목별 단가 기재 미비로 심사가 늦어졌으며 수리업체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부재로 인해 지연됐다”고 해명하며 “현재는 보상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 유심 뺀 휴대폰, 분실보험 적용 제외?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홍 모(남.28세)씨 역시 최근 휴대폰 분실 후 분실신고를 마쳤지만 보상이 지연돼 본지에 도움을 청했다.
사정은 이랬다. MP3·카메라 등 필요한 기능에 따라 하나의 유심을 단말기 두 대에 번갈아 가며 사용해왔던 홍 씨는 몇 주 전 유심을 빼둔 휴대폰을 분실했다.
하지만 바쁜 업무로 인해 유심이 꽂혀있던 다른 휴대폰을 사용하다 뒤늦게 분실신고를 마친 홍 씨. 아무리 기다려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통신사 측으로 항의했으나 심사 중이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기약 없이 보상 처리가 지연되자 답답해진 홍 씨는 “업체 측이 분실 신고 후 기록된 통화내역을 보고선 내가 보험사기를 치려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 같다”며 “매달 꾸준히 보험료를 낸 소비자에게 이 같은 대우를 해도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측은 보상이 지연된 점에 대해 사과하며 현재는 보험처리가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허위신고를 의심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의 주장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유심을 갈아 끼웠다고 하더라도 보험적용은 단말기 자체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정상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심을 끼운 휴대폰을 사용하기 전 분실신고를 먼저 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상금 고작 1만원..왜?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사는 황 모(남.32세)씨는 최근 휴대폰 수리를 받으려다 보상금액이 고작 1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올해 1월 고가의 스마트폰 개통 후 보험에 가입했다는 황 씨. 매월 2천 원씩 보험료를 냈던 그는 마침 지난 3월 휴대폰 수리를 받게 됐다.
당시 29만원의 수리비를 보상받았던 황 씨는 이후에도 계속 월 2천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하지만 며칠 전 또 다시 휴대폰에 이상이 생겨 AS센터를 찾아간 황 씨는 보험 보상금액 1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그가 가입한 보험의 최대보상금액은 30만원밖에 되지 않았던 것. 결국 지난 3월, 이미 29만원을 보상받은 황 씨는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셈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황 씨는 “최대보상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했던 것은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29만원의 수리비를 받을 당시, 아무도 해지 의사를 묻지 않았던 점은 아쉽다”고 속상해 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해지 의사를 묻는 직원의 안내를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단, 소비자가 (앞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묻는다면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만기일 이전에 일부 보상금을 받은 소비자가 보험을 유지할 것인지 해지할 것인지는 사실 본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