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박원순 쇼크'에 따른 집값 하락과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부채를 안고 있는 중산층 및 서민가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향후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담보가치 하락은 물론, 소득감소에 따른 대출자들의 상환능력 상실로 최악의 경우 가계파산과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규모를 일시에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점진적․장기적으로 가계 빚을 줄여 가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동반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취임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이른바 '박원순 쇼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박 시장이 내세운 부동산 정책은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등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서울시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신 기존 주택 개량을 통한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실제로 박 시장이 취임한 후 한달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7000억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수도권은 박 시장 취임이전부터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작금의 부동산 침체가) '박원순 쇼크' 때문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박 시장 취임으로 뉴타운 등 재건축쪽은 심리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특히 서울 아파트권을 중심으로 침체를 겪다가 3월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 했다.
그러나 3월말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켰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자율적용이 종료되고 서울 수도권에서 기존주택이나 신규 분양 물량과 대치관계에 있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지정 되면서 재침체 상황을 보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박 시장이 복지에 비중을 둔 주택정책을 추진한다면 서울은 침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럽 재정위기 해결 여부와 박 시장이 내년 1월 뉴타운 정책을 발표할 텐데 뉴타운과 재건축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큰 가계대출의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9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89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조원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은 840조9천억원, 판매신용은 51조 5천억원을 보였다.
특히, 예금은행의 경우 449조6천억원 가운데 주택대출 303조3천억원,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299조6천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상 대출자들의 실질 소득수준은 감소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3분기 현재 국민소득 중 총저축률은 31.0%로 전기대비 0.3%p하락했다. 이는 최종소비지출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보다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 지난해 4분기 32.3%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3개 분기 연속 낮아지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원화) 연체율은 0.75%로 전월말(0.71%) 대비 0.04%p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66%) 역시 전월말(0.63%) 대비 0.03%p 올랐다.
현재 '부채상환능력 취약계층'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26.6%로 이들 중 20% 이상이 내년에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알려져 '가계부실 대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덕례 연구위원은 "내년 경제도 불투명하고 소득수준도 크게 증가하지 않는데다 자산의 80%에 해당하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전반적인 자산규모가 줄어 결국 가처분 소득과 소비가 모두 감소해 내수의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집이 있으나 가난한 사람)로 대표되는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주택보급률이 양적으로 충족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건설업계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되도록 내년에 정책적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주택매매 가격은 5%, 전세가격은 5~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주택소유자들 사이에선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건축정책 등이 바뀌면 주택소유자들이 어떻게 서울시를 믿고 주거계획을 세울 수 있겠느냐며 박시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종종 나오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 전체의 집값이 과도하게 떨어질 경우 서울 시민들의 자산도 줄어들 게 돼 서울시와 시장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자신은 책이 많아 큰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다고 외쳤던 박 시장이 비좁은 삶을 유지해 가는 재건축 소유주들을 방치할 경우 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자기는 큰 집 아니면 못 살고 다른 사람은 비좁은 삶을 살아도 된다는 식의 논리를 지닌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