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삼성과 LG그룹의 연말 정기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됐다.
2012년 두 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오너인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삼성그룹은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성과를 중시하며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인사 원칙을 공고히 했다.
LG그룹 역시 성과를 기본 바탕으로 기술·생산전문가들을 경영전면에 포진시켰다. 구몬부 회장의 '기술 LG'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인사다.
삼성과 LG가 재계의 리더 그룹인 만큼 잇따른 성과 보상 인사는 앞으로 진행될 타 그룹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며 재계의 확실한 인사 원칙으로 굳혀질 전망이다.
올해 삼성그룹 인사는 지난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의 인사방침은 신상필벌이다.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 하고 못한 사람은 누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의지는 7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그대로 적용됐다.
우선,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삼성전자 DS사업총괄 부회장과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신임 권 부회장은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후 메모리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시스템LSI 사업의 일류화를 일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회장 승진에 따라 앞으로 '세트 최지성, 부품 권오현'의 '투 톱'으로 삼성전자를 이끌게 된다.
신임 정 부회장은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취임 후 2009년까지 7년간 1조1천300억원이던 매출을 4조350억원으로 4배가량 키워 공로를 인정받았다.
작년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단순 시공위주의 국내사업 구조에서 탈피, 해외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성장기반을 다졌다. 취임 후 삼성물산 해외수주액은 4조4천3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장 승진자중 이철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 내정자도 눈에 띈다. 개발업무 담당의 사장 승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휴대폰 단말 및 소프트웨어(SW) 개발 전문가로,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다.
최치준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지난 2006년 LCR(전자소자)사업부장으로 부임해 기술혁신과 핵심소재 내재화를 통해 다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글로벌 선두주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성과를 일궜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 내정자는 선진 경영관리시스템 구축을,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중장기 수익기반 마련과 동시에 사업 다각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윤진혁 에스원 사장 내정자는 중소형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문의 성장을 이끌고 일본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다.
앞서 지난 5일 단행된 LG그룹 인사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 실트론 등 3개 전자계열사의 사장을 동시에 교체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올 3분기 누적 연결기준 9천268억원과 3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분위기를 쇄신하고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생산전문가인 한상범 부사장, 이웅범 부사장, 변영삼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술'과 '품질'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올 초 신년사의 대부분을 '미래 준비'에 할애하며 "5·10년 뒤를 내다본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해야 1등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 LG는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5명의 연구 경영직 임원도 선임했다. 내년 초에는 연구·전문위원도 선임할 방침이다.
매출 규모와는 무관하게 분명한 성과를 창출한 CEO는 업종을 불문하고 중용하는 파격도 보였다.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LG디스플레이 CEO였던 권영수 사장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전보시킨 게 이를 방증한다.
차 신임 부회장은 2005년 LG생활건강 취임 후 매출 3배, 영업이익 5배, 주가를 15배 신장시켰다. 권희원 HE사엉본부장과 최상규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장(부사장) 등의 사장 승진도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권 사장은 평판TV 시장에서 LG전자를 세계 2위에 올렸고, 최 사장은 '3D로 한판 붙자' 마케팅으로 주목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깜짝 발탁보다는 경영 최일선에서 분명하게 성과를 일군 인물들을 중용하는 원칙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 같은 성과중심 풍토는 향후 인사 시즌을 앞둔 타 그룹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