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 여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 남편이 프로페시아를 먹고 있는데, 그게 태아의 기형을 일으킬 수 있어요?"
"환자분이 먹나요?"
"아니요. 남편이...인터넷에 보니 태아기형도 일으킨다고 해서..."
"여성이 먹을때 그럴 수 있지만 남자는 괜찮아요"
가끔 인터넷의 힘이 사람을 심각하게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생각하니, 먼저 대머리와 남성호르몬과의 관계를 설명해야겠다.
남성대머리의 경우 프로페시아라는 약을 먹는 분이 많을 것 같다. 가끔 편법으로 A약을 쪼개 먹기도 한다.
대머리에 대한 속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정력과의 문제다. 아마도 남성호르몬이 대머리에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줄로 믿는다. 나 역시 한때 그렇게 믿었으니까.
대머리에 남성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은 맞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남성호르몬이 아예 생성되지 않는 유전적인 이상이 있는 사람은 대머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좀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남성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남성호르몬이 존재한다. 그러나 머리카락에 남성호르몬이 바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머리에서 남성호르몬이어떤 특정한 효소에 의해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형된다. 이렇게 변형된 호르몬이 수용체에 작용하여 대머리가 된다.
즉 남성호르몬이 아무리 많더라도 변형시켜주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변형된 호르몬이 작용하는 수용체가 원래부터 적은 경우에는 대머리가 잘 안생긴다.
반대로 말해서 대머리는 위의 효소가 유전적으로 많거나, 변형된 호르몬에 작용하는 수용체가 원래부터 많아서 대머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효소나 수용체가 많이 생기거나 적게 생기는 것은 유전적인 현상이므로 가족에서 대머리가 있으면 항상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떤 연구에서는 대머리와 정상인의 남성호르몬을 조사했는데, 똑같거나 오히려 대머리의 경우에 남성호르몬이 더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프로페시아는 앞서 이야기한 DHT의 생성을 억제해 대머리로 되는 기전을 막는다.
이 외에도 대머리가 꼭 남성호르몬과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 하면 대머리와 정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의 성기능도 남성호르몬에서 DHT으로 변형되어 작용을 많이 받는다. 보통 전립선비대증의 환자인 경우에 전립선이 크다면 이를 줄이는 약물이 처방된다.
문제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약을 쓰면 남성호르몬에서 DHT이 억제되면서 치료효과를 얻지만, 부작용도 나타난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부작용 중 대부분이 발기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전제를 달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나이에서 같은 남성호르몬을 가지고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효소와 수용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머리가 당연히 성기능도 좋을 가능성이 있다. 단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게 사실이다.
도움말=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