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직원들이 실적달성을 위해 '추가납입'이라는 정상적인 방법대신 동일 보험상품을 이중삼중으로 가입토록 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특히 소비자에게 보험계약과 관련된 중요 내용을 고의로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불구, 회사 측은 이후 발생한 금전적 손실에 대해 '담당직원이 퇴사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소비자의 화를 키웠다.
14일 경남 양산시 평산동에 사는 이 모(여.55세)씨에 따르면 그는 2001년 5월 대한생명 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매월 20만원 납, 60세부터 개시되는 개인연금보험이었다.
2006년부터 세금공제한도가 300만 원으로 증액됐고 대구지점의 보험설계사 손 모씨로부터 2차 가입 권유를 받았다. 신규가입 상품은 월 5만원 납, 63세부터 개시되는 상품이었다.
연금 보상 시기가 3년씩이나 늦춰지는 점이 마음에 걸린 이 씨는 “세금공제를 받기 위한 방법이 꼭 신규 가입 밖에 없느냐”며 수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설계사는 “달리 다른 방법은 없다”고 못 박으며 재차 가입을 권했고, 결국 이 씨는 전화상으로 보험에 가입했다. 기존에 거래하던 보험사였기에 큰 의심 없이 증권만 받아 확인했다.
2011년부터 공제한도가 400만 원으로 증액됐고, 이 씨는 대구지점 보험설계사 최 모 씨로부터 3차 보험 가입 권유를 받았다. 매번 신규가입을 권유받는 데 의문을 느낀 이 씨는 최 씨로부터의 가입을 재촉하는 수차례 전화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보류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추가 납입’이라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한도 확대 시 기존 상품에 추가 납입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을 막을 수 있었고, 연금 개시 기한도 변동될 이유가 없었던 것.
이 씨는 자신에게 3차 가입을 권유했던 보험설계사 최 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따져 물었다. 최 씨는 결국 “추가 납입을 하는 것이 맞다”며 “영업사원들이 수당을 위해 뛰다보니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고객에게 신규가입을 권한다”고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놀란 이 씨는 당장 대한생명 고객민원실에 연락해 “2006년도 보험 계약은 사기계약이며 원천 무효화 시켜 그와 관련된 일체의 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손실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대한생명 측이 이 씨에게 보내온 서면 대답에 따르면 '보험 계약자가 계약 체결 시 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며 '소비자가 청약철회제도(청약일로부터 15일 이내) 및 품질보증해지제도(청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를 통해 계약 취소 의사표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명시해 사실상 소비자에게 모든 과실을 돌렸다.
이어 '2차 가입을 판매한 모집인 손 모 씨는 2007년 말 해당 대리점에서 해촉된 후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이 씨의 주장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이 같은 내용에 이 씨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모집인을 양성한 대한생명이 처리해야 할 일을 모집인을 찾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책임 회피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보험 대리점의 무리한 실적요구로 인한 영업폐단에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한생명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입한 연금 상품은 모집인에게 배당되는 수수료가 가장 적은 상품”이라며 “만약 모집인이 더 큰 수당을 목적으로 했다면 연금 상품이 아닌 수수료가 높은 보장성 상품을 팔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집인 개개인의 영업 목표실적은 대리점이 제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의 제보는 단지 개별적인 사례일 뿐,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고 말해 보험대리점의 영업사원에 대한 무리한 성과요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씨는 "더 수수료 높은 상품으로 속이지 않았으니 고마워하라는 소리냐"며 “설상가상인 것은 이미 자회사에 가입되어 있는 고객을 상대로 기망행위를 했다는 점”이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뜻을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