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옛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한화증권의 통합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를 이끌 수장이 일찌감치 내정된 상황에서도 합병시기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 작업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1월1일 합병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2월20일 합병 연기 발표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화증권은 정보기술(IT) 시스템 및 조직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달 안으로 금융위원회에 합병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합병은 내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가 합병인가를 의결하는 데 통상 서너달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께 합병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한화투신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합병으로 한화자산운용이 새롭게 출범한 만큼 이들 증권사의 합병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지난달 푸르덴셜투자증권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화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해 최종 합병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푸르덴셜투자증권과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여전히 통합이 지지부진한 이유에서다.
올초 한화그룹의 비자금 관련 검찰수사가 그룹 관계자들의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되고 해당 증권사들의 신임 대표인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합병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합병은 여전히 늘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합병 완료에 앞서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한화증권의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면서 합병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화증권 측은 시스템 통합과 재무문제 등으로 합병이 미뤄지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영업 시스템의 한화증권과 자산관리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한화투자증권의 조직 통합 작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통합 등을 이유로 2년여간 미뤄진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최종 합병이 내년 상반기에는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시스템 통합작업때문에 늦어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 증권사의 합병작업이 늦어지면서 한화투자증권에 남아있는 일부 임원의 경우 임기가 오래전에 만료됐는데도 자동 임기연장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식으로 합병이 늦어지면 임기를 한 번 더 연장하는 수준의 장기 근무 연장혜택을 누리는 임원도 나올 수 있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