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 하이트진로 사장<사진 우>과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이 가격인상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호림 사장이 '가격인상'의 총대를 메고 용감하게 진군했지만 세무조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남수 사장이 뒤를 받쳐주지 않아 결국 총대를 허무하게 내려놓은 것. 이남수 사장에대한 원망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남수 사장이 오는 1월 '가격인상' 총대를 다시 잡아메는 이호림 사장의 우군이 될지 적군이 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류업체들은 제품가격을 인상하기 전 거래처에 미리 통보하고 대형마트 등 주류도매상 들은 인상 전에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놓는다. 가격인상이 보류되면서 오비맥주가 주류 도매상들의 항의에 진땀을 흘리는 이유다.
최근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한 이호림 사장으로서는 이번 가격인상의 기회를 놓친 게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주류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카스는 올해 1~9월에 5천329만 상자를 판매해 하이트(5천328만 상자)를 501만 상자 차이로 제쳤다. 올 3분기 기준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8.80%로 오비맥주 51.20%에 2.4%p 뒤쳐져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모두 원가인상에 따른 실적악화로 고전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함을 호소해왔다.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에 하이트맥주의 묵묵부답은 있을 수없는 상황이었다.
맥주의 주원료인 수입 맥아는 맥주업계가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2009년 이후 각각 59%, 104%씩 오른 kg당 803원, 보리는 kg당 455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캔의 원료인 알루미늄 가격도 kg당 평균 2천225원에서 2천777원으로 25% 상승했다.
오비맥주는 당초 인상계획을 발표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두 자리 수 이상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고 생색도 냈다.
그럼에도 이남수 사장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일축해 이호림 사장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오비맥주 측은 하이트진로가 세무조사에 발목이 잡혀'마음에 없는 말'로 국세청에 '립서비스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하이트맥주의 가격인상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비맥주가 그렇게 믿을 만한 또 다른 경험도 있다. 2009년 10월 오비맥주가 2.8% 인상하자 다음 달 하이트맥주가 기다렸다는 듯 2.58%를 인상했기 때문.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부터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류업계가 세무조사 중에 가격 인상을 논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세무조사 일정은 9월 초 있었던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법인 출범절차 등으로 예상보다 한 달가량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 가격 인상은 맥아가격, 환율상승 등으로 인해 올 상반기부터 화두가 됐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한시적인 보류일 뿐 내년 초 카스, 하이트를 포함한 전체 맥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