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사진)이 ‘IBK그룹의 이방원'을 자처하며 기업은행의 조직혁신과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해 말 관료출신 행장들이 즐비했던 기업은행에 '첫 내부출신 민간 행장'이란 꼬리표를 달고 기대와 우려 속에 취임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조 행장은 거대지주사를 거느린 4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은행권에서 주목받는 CEO로 급부상했다.
현재 조 행장은 "2015년까지 총자산 300조원, 개인고객 1500만명 달성"을 위해 뛰고 있다. 또한 기업은행의 주책무인 중소기업 지원을 늘려 기업고객도 1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업은행이 향후 100년 은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가운데 민영화와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작업을 어떤 식으로 도모해 나갈 지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조준희, 상품개발․현장경영 통해 자산 200조원 달성
조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내실경영'을 통해 '단단한 은행만들기‘에 주력하는 한편 획기적인 상품개발과 맞춤형 영업으로 총자산 20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매 분기마다 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유지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익 1조2900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기업은행의 9월말 현재 총자산은 180조원으로 이러한 기세대로라면 내년 2~3월에는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행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향후 100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금융의 새로운 미래, IBK'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또 중장기 전략으로 오는 2015년까지 ▲총 자산 300조원 ▲기업ㆍ개인 고객 각 100만ㆍ1500만 달성 ▲중소기업 연관 신시장 창출 ▲동아시아 IBK금융벨트 구축 ▲획기적인 서비스와 신상품 개발 등 5가지 핵심목표를 설정했다.
사실 조 행장은 지난 1년여간 기업은행만의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현장 중심의 영업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특히, 상품개발부 인원을 보강하고 은행장 직속의 미래기획실을 신설해 획기적인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고객 맞춤형 DIY 상품인 'IBK 스타일(Style)카드'와 'IBK상조예적금', 'IBK 서민섬김통장' 등은 고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5월에는 개인 고객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수신기반 확보 차원에서 공중전화부스 안에 자동화기기를 설치한 이른바 '길거리 점포'를 올해 30개 설치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00개를 추가 설치해 고객들의 이용성과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소대출금리 '한자릿 수' 파격 인하 등 지원 확대 주력
조 행장은 개인고객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는 한편, 기업은행의 강점인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더욱 늘릴 방침이다.
특히, 내년 유럽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한 자릿수 대출금리’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 금리를 연 13%로 내린 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보증부대출은 0.5%포인트, 신용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에는 최고 2.0%포인트의 영업점장 추가 금리 감면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조 행장은 "올해보다 내년에는 예금이 더 늘 것으로 보는데 예금이 늘면 조달 비용이 낮아져 대출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며 추가 인하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도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행장은 아울러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에 지점을 연데 이어 홍콩지점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초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 동북아 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금융지주사 설립 등 민영화 해결해야 100년 은행 도약
하지만 기업은행이 100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사 설립 등 민영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1961년 모태인 농협은행이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 재탄생한 후 50년이 지난 현재 중소기업전문 특수은행으로서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등의 자회사를 둔 종합금융사다.
기업은행은 창립 당시 자본금 5억원, 총자산 29억원, 점포수 31개, 직원수 935명에 불과했으나 50년이 흐른 지금(9월말 기준)은 자본금 13조원, 총자산 183조원, 점포수 645개, 직원수 1만1000여명으로 은행권 4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이란 한계와 자산규모 및 영업점 수 등에서 아직까지 시중은행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에는 단일은행으로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물론,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중소기업 지원이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인고객 확보와 중소기업 지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행이 내년에도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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