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 굴지의 은행들에 밀려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지점확대와 채널다각화, 획기적 상품 개발에 주력해 글로벌 은행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최장수 CEO 하영구, 정도․현장경영 눈길
지난해 6월 출범한 씨티금융지주는 한국씨티은행을 중심으로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 등 3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특히, 하영구 회장(사진)은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해 지난 2001년 옛 한미은행장을 거쳐 2004년 씨티은행장을 맡아 10년째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행권에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최장수 CEO다.
하 회장은 자신의 장수 비결로 '열린 경영'과 '투명 경영'을 꼽고 있다.
그는 "정도 경영, 원칙에 충실한 경영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가장 글로벌한 은행으로서 다른 은행과는 달리 글로벌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한 단기 실적이나 점유율에 연연하기 보다는 씨티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와 외환파생상품 등에서 점유율과 실적을 키워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수년째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하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 순이익이 4천680억원, 2008년 4천260억원, 2009년 3천113억원, 2010년 3천156억원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129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주요 시중은행들이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부문별로 보면 9월말 현재 기업대출은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화대출 증가 및 매입외환 등이 증가해 전분기 대비 1.8% 늘었으나 가계자금대출은 전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신용카드채권은 신용판매, 현금서비스 부분의 실적 증대에 따라 전분기 대비 2.4% 증가했으나, 예수금은 자금조달 최적화 전략을 지속한 결과 전분기 대비 0.8% 감소했다.
물론, 씨티은행이 지점수만 1000여개가 넘고 자산규모도 200조원대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과 대등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9월말 현재 씨티은행의 자산은 58조9709억원, 영업점수는 220개(출장소 포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업력 강화 역점, 고배당 등 이미지 쇄신 필요
하 회장은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채널다각화와 영업기반 확대에 주력했다. 특히,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올해 10여개의 스마트뱅킹 영업점을 개설했고 15개 지점 신설 등 향후 3~4년 안에 90개의 지점을 늘려 총 300개 지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프리미엄 금융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둬 씨티골드 고객들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마치 국내에서 씨티은행을 이용할 때와 같은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최근에는 씨티은행의 자회사인 씨티금융판매서비스가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 온/오프라인 영업을 통해 새로운 영업 채널을 구축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영업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하 회장은 아울러 금융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식 인재경영'을 도입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씨티은행의 고금리 대출유치 영업과 고배당 논란 등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또 은행의 공익적 책무인 서민금융 상품개발이나 사회적 공헌활동은 미비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씨티은행이 최근 이사회를 통해 130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키로 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씨티은행이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의 약 60%인 2600억원을 배당키로 했다가 금융당국의 권고로 축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현금 확보 차원에서 자금조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투자은행 부문 실적 감소 등을 이유로 4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은행은 논란이 확산되자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 은행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수수료가 가장 비싼 씨티은행 측은 일반고객이 이용하는 ATM 및 창구 수수료 인하는 이를 면제해 주는 상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비난을 샀다.
씨티금융지주가 국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경영여건도 좋지 않은데다 300조원대의 공룡 금융지주사들이 상당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인 씨티금융지주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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