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연령이 제한된 게보린이 약국에서 별다른 복약지도 없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서울 시내의 약국 6곳을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이중 4곳이 15세 미만 청소년에게 복용이 금지된 게보린을 마구 판매하고 있었으며, 복약지도 역시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통 및 해열 치료에 쓰이는 게보린은 주성분이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으로 구토·설사·어지럼증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15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복용이 금지된 약물이다. 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처럼 위험한 의약품임에도 게보린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엉뚱하게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지면서 무분별한 복용으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게보린이 다른 어느 연령제한 금지 약물보다 엄격하게 다뤄줘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상당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정원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 사무관은 “제품에 표기된 주의사항을 통해 15세 미만의 소아는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고, 약사회를 통해 각 약국에 복약지도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한 상황”이라며 “교과부에서도 올바른 의약품 복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약청 권고에도 지켜지지 않는 약국의 허술한 복약지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책임을 비켜났다.
식약청의 의약품안전정책에 앞서 복약지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약사법 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약사법 제50조 의약품 판매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복약지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약사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제품 용법·용량에 기재된 ‘15세 이상 소아 복용금지’ 문구 역시 복용을 제한하는 안내일 뿐, 술이나 담배처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약사법 상으로는 일반의약품의 복용연령 제한이 판매금지를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부작용 등의 문제점은) 의약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을 경우가 아닌, 오용했을 때 발생되는 문제점인 만큼 홍보나 교육 등 복약지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용이 제한된 연령층에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은 약사회에서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논란이 된 IPA성분은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연합, 아일랜드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판을 금지하거나 의사 처방을 받은 뒤 제한적으로 복용할 수 있게 했지만, 국내에서는 '15세 이하 사용금지' 등 연령제한과 5~6회 연속 사용을 금지하는 소극적 조치만 취해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식약청은 IPA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제조사 측에 안전성 입증을 요청했으며, 삼진제약(게보린)과 바이엘코리아(사리돈에이)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결과는 내년 3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