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사진>의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지난 2003년 이후 만년 2위에 머물던 오비맥주가 최근 시장점유율과 출고량 면에서 모두 하이트진로를 앞지르며 15년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한 것. 오비맥주가 출고량 누계에서 하이트맥주를 제친 것은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맥주 시장 1위로 떠오른 이호림 사장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7년 4월 취임한 이래 지난 5년간 오비맥주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 사장의 ‘소통경영’이 이같은 성적표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5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카스 등 수출을 포함한 오비맥주 전체 제품의 출고량은 7천794만500상자로 시장의 50.2%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출고량은 7천725만7천400상자로 점유율이 49.8%에 그쳤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40.8%에서 2008년 41.8%,2009년 43.7%, 2010년 45.4%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 58.2%의 시장점유율로 오비맥주와 큰 격차를 유지했으나 2009년 56.3%, 2010년 54.6%, 지난해 50%선이 무너지며 결국 2위로 추락했다.
오비맥주의 도약에는 카스의 힘이 컸다. 맥주의 신선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이사장의 고민과 결단의 결과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기위해 주류업계의 관행인 일명 ‘밀어내기’를 없앴다. 주류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실적 달성을 위해 도매상 창고에 물량을 밀어 넣는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영업관행이다. 밀어내기를 하지 않으면 당장 실적이 추락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피해는 도매상과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도매상들은 넉넉한 창고와 결제부담을 져야 하고 소비자들은 창고에 2~3달씩 쌓여 있던 묵은 맥주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이같은 케케묵은 관행을 혁신했다. 작년 초 밀어내기를 포기하고 3~4개월간 바닥 실적의 힘든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재고가 소진되고 나자 다시 주문이 밀려 들었고 이때부터는 창고에 묵지 않은 신선한 맥주가 소비자들에게 공급돼 맥주의 맛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국민 맥주로 부상한 카스 돌풍의 배경이다.
이호림 사장은 또 국내 최초로 카스레몬, 카스라이트 등으로 제품을 세분화하며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메가브랜드 전략을 세워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영자로서 기업문화의 혁신도 주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사장실을 과감히 없애고 사무실내 칸막이도 제거해 오픈된 공간으로 꾸며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일궜다.
직원들과 격의없이 호프데이를 열고 있으며 작년 5월에는 원로 도매상들을 초청한 어버이날 행사를 열면서 큰 절을 하는 겸손함도 보여 주목을 끌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