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저렴한 가격’, ‘선물’ 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말로 관심을 끌며 물품 판매 후 대금을 청구하는 악덕 상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이 같은 업체나 판매자의 현란한 말에 넘어가 원치 않는 물건을 떠안거나 뒤늦게 사기행각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움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이런 사기 수법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노리는 대상이 노인들이나 미성년자라는 점이 더 큰 문제.
이들의 공통점은 ‘특별행사’, ‘무료 이벤트’등 그럴듯한 말로 환심을 산 뒤 제품을 떠안기고 과도한 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뒤늦게 이의제기를 할라치면 연락두절해 버리는 것.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김성균 사무관은 “만약 정품을 보내면서 사용 시 금액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발송했을 경우, 방판법 11조 1항 2호에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서 소비자를 기만 또는 유인하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또한 동항 7호에 보면 소비자의 청약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재화를 공급하고 재화를 청구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법률사무소 '서로' 김정균 변호사 역시 “방판법 54조에 의해 2호 사항 위반 시 2년 이상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고 11조 7호를 위반했을 경우 1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벤트 등을 내세워 상품을 지급한 후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는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음)
◆ '무료 샘플'에 혹했다간 사기성 강매에 발목
12일 경상북도 김천시에 사는 박 모(여.27세)씨는 얼마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상대방은 유명 홈쇼핑의 이름을 대며 VIP가 될 만큼 실적이 좋으니 택배비 2천500원만 부담하면 고가의 화장품 샘플을 보내주겠다고 설명했다.
평소 홈쇼핑 이용이 잦았던 박 씨는 의심 없이 제품을 받을 자택주소를 알려준 후 택배비를 입금했고 며칠 후 50ml 1개, 5ml 2개의 화장품이 도착했다.
일주일 후 연락을 해 화장품 사용후기를 묻던 판매자 측은 박 씨가 50ml 화장품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후 "5ml만 샘플이다. 정품까지 사용했으니 25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박 씨는 “사전에 본품을 같이 보낸다는 말이 전혀 없었고 받은 제품에도 그런 안내 문구는 없었다. 더구나 포장상태며 케이스 역시 25만원짜리 화장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판매업체 관계자는 “최초 상품 발송 전 정품도 함께 보내니 본품을 훼손하지 않으면 반품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했고, 구매의향이 있을시 정품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샘플만 쓰라는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 "유명브랜드 홍삼 납품업자인데.."
군산시 나운동에 사는 서 모(여.38세)씨 역시 감언이설에 속아 피해를 입게 됐다.
서 씨는 작년 11월경 길을 지나던 중, 홍삼분야 국내 최고 브랜드인 J 홍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남자의 홍보를 듣게 됐다. 그는 대형마트에 J홍삼을 납품하고 있다고 소개한 후 납품 후 일부 남는 제품에 한 해 헐값에 넘기고 담배값이라도 벌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J홍삼원 6박스 25만 원'이라는 설명에 서 씨는 남편이 생각났다고. 너무 싼 가격에 혹시나 싶었지만 판매자의 건네준 전화번호로 그 자리에서 확인전화를 해 곧바로 연결이 되자 의심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현금을 인출해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집에 와서 모든 박스를 개봉해보니 1박스만 J브랜드 제품이었고, 나머지 5박스는 이것저것 다른 제품으로 짜집기된 것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서 씨가 판매자가 준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지만 전원이 꺼져있어 연락이 불가능한 상황.
서 씨는 “요즘 남편이 부쩍 피로를 호소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 큰 마음먹고 구입했는데 사기 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J브랜드 관계자는 “J브랜드 제품은 가맹점,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등 홈페이지에 명기된 곳에서만 판매하며, 그 외의 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다 위조다”며 “가짜 제품이라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노인 상대 사기 기승..'선물'의 달콤한 유혹
전북 순천에 사는 오 모(여.76세)씨는 한 텔레마케팅 업체로부터 “선물이 당첨 됐다”는 전화를 받고 주소를 알려줬다 낭패를 겪었다.
전화 통화 며칠 후 전복엑기스 한 박스가 도착했고 '선물'이라던 박스 안에는 한 달에 3만3천원씩 3회분 지로청구서(총액 9만9천원)가 들어 있었던 것.
당황한 오 씨는 업체 측으로 연락해 상품을 주문한 사실이 없으니 제품을 수거해 갈 것을 요청하자 텔레마케팅 담당자는 서슴없이 ‘엄마’라고 부르며 “선물이니 그냥 드시고 괜찮으면 주위 분들에게 소개나 해 달라”며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결국 오 씨는 '선물'이라는 달콤한 말만 믿고 전복 엑기스를 전부 먹어 버렸다. 문제는 한 달 뒤에 터졌다. 텔레마케팅업체에서 “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며 요금 납부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오 씨는 “그냥 돈을 줄까도 생각해 봤지만 너무 억울하다. 힘없는 노인을 상대로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업체 관계자는 “선물이라고 말한 적 없고 더이상 답변할 의무도 없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