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만에 하나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로 끝날 경우 김승유 회장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김 사장의 사퇴가 갖는 의미는 더욱 복잡해 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열 사장은 '포스트 김승유' 시대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최근 외환은행 인수와 원만한 통합작업을 이유로 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하나금융 후계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와 '포스트 김승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정태 하나은행장,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여기에 제3의 후보 출현 가능성 등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안정적인 후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선, 김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정한 배경이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금융 내부갈등설'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촉구를 위한 압박카드' 등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지난 11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의 면담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김 회장 역시 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김 사장은 "대의를 위한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의혹을 일축했으나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제2의 신한금융 사태'가 촉발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어 'CEO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또한 하나금융 후계구도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김정태 하나은행장,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제3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의 3인자로 꼽혀 온 김 행장은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하며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아직은 차기 회장 후보로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윤 부회장의 경우 재정경제부(현 기획경제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지낸 후 차기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상태지만 하나금융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룹 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승유 회장이 안정적인 후계체제를 위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68세인 김 회장은 지난해 개편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1년 단위로 이사회 등의 검증을 거쳐 만 70세까지 최장 3년을 더 연임(2013년 3월)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앞서 외환은행 인수 및 통합작업을 마치는 대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 성공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에하나 김 회장이 주도한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불발로 끝날 경우 김 회장 역시 거취가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할 경우 연임여부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책임문제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 경우 조기 후계체제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금융당국이 론스타 펀드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와 외환은행 매각 승인 문제에 대한 판단을 무기한 유보할 경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힘들어 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서상 내달 29일까지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이 나지 않으면 양사간에 누구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이 외환은행 매각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방침이어서 금융위원회로서도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승인 문제를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어찌됐든 김종열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총대를 멘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여부가 향후 하나금융의 미래와 후계구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신한금융지주가 어느날 갑자기 경영권싸움에 휘말려 느닷없이 후계구도를 세워야 했던 사례가 다른 그룹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종렬 사장 사퇴이후 하나금융지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다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신한사태같은 일이 하나지주 등 다른 그룹에선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인 만큼 하나지주가 후계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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