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연초부터 이란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해협이 봉쇄될 경우 또 한번의 오일쇼크가 찾아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6일 정유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우리 정부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얼마나 줄일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정유사들은 지난 12일 이란산 석유 수입을 전격 중단했다. 미국이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의 원유 수입을 중단해달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전체 원유 수입물량의 9.7%를 차지하는 이란산 수입량을 2010년도(8.3%) 수준으로 축소하는 대신 정부 비축유를 사용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16일 미국대표단과의 협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GS칼텍스와 S-Oil은 이란에서 들여오는 원유가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약 20%(하루 평균 7만배럴), SK이노베이션은 약 10%(하루 평균 3만5천배럴)가 이란산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단가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배럴당 102.98달러였다. 이란산 원유는 중질유로 품질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2달러), 아랍에미리트(108.60달러)산에 비해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때문에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고도화설비를 증설하며 이란산 등의 중질유 수입을 늘려왔다.
문제는 이번 이란 제재로 인해 다른 원유를 들여올 경우 정유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수천억원에 상당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39%)보다 정유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란산 원유비중이 20%여서 배럴당 수입단가가 2달러만 증가해도 연간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오일뱅크 2010년 당기순이익(약 3천100억원)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윤활유 부문에서 그나마 수익을 봤지, 기름값 100원 할인 등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가뜩이나 (정유업계가)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찍힌 마당에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축소될 경우 영업마진이 더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국내 정유주들은 크게 들썩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주가가 14만2천원에서 10.56% 오른 15만7천원으로 급등했다.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이달 들어 12.45% 올랐다. S-Oil도 이달 들어 주가가 10만원에서 11만3천원으로 13% 급등했다. GS칼텍스의 지주사인 GS는 5만700원에서 5만2천900원으로 4.34% 상승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