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에 사는 어민 김용철(58)씨는 5월14일 밤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꿈을 꿨다. 어민들 사이에서 길몽으로 전해지는 '물꿈'이었다.
다음날 아침 태안 대섬 앞바다로 조업을 나간 김씨는 800여 마리의 주꾸미를 낚았다. 그 중 한 마리가 푸른 빛깔의 접시를 끌어안고 있었다.
"마침 전날 길몽도 꾸고 했으니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청자 같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씨는 나흘 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에 청자처럼 보이는 대접을 건졌다고 신고했다.
감정 결과 김씨가 발견한 대접은 틀림없는 진품 고려청자였다. 대섬 앞바다에서 청자대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5월30-31일 긴급현지조사에 착수했다.
5월30일 밤 김씨는 또 한번 꿈을 꿨다. "꿈에 제가 누워있는 게 보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저에게 무언가 하얀 걸 던지는 겁니다. 덥석 받아보니 흰 돼지였어요"
김씨의 돼지꿈이 효험이 있었는지 해양유물전시관은 이틀 간의 현지조사를 통해 30여 점의 청자를 발굴했다.
해양유물전시관은 본격적인 수중발굴조사를 결정했고 결국 최소 수천점 이상의 고려청자를 실은 '보물선' 태안선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김씨가 길몽을 꾸지 않았다면 자세히 보지도 않고 청자를 바다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전에 800여 마리의 주꾸미 중 한 마리가 청자를 끌어안고 있던 것 자체가 기가막힌 우연이다.
지금까지 굵직한 수중발굴은 이처럼 우연한 발견을 계기로 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1976년 한국 수중발굴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신안선 발굴도 어부의 그물에 걸린 중국 도자기 한 점이 계기가 됐다.
24일 발굴현장을 공개하는 자리에 동행한 김 씨는 "주꾸미 한 마리가 이런 보물선을 낚을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별 것 아닌 일을 했을 뿐인데 마치 큰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김씨는 포상금으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문화재보호법은 신고한 문화재의 가치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눠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고 문화재의 가치가 1억원 이상(1등급)인 경우 2천만원, 7천만원 이상(2등급)인 경우는 1천500만원을 지급하며 최하등급인 5등급은 200만원이 지급된다.
현재까지 대섬 앞 바다에서 발굴한 청자 가운데 감정가가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손잡이가 떨어진 과형주자(오이씨 모양 주전자)로 한 문화재전문가는 "현 상태대로 경매에 나간다해도 3천만-5천만원대부터 입찰가가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소 수천 점 이상의 청자를 모두 인양할 경우 평가액은 얼마가 될 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김 씨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은 최초 신고한 대접 한 점만을 대상으로 한다. 원칙대로 할 경우 김씨는 최하등급인 5등급도 받기 어렵다.
문화재청과 국립해양유물전시관도 김씨의 포상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표정이다. 원칙대로만 하기에는 김씨의 신고가 보물선 발견에 워낙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유홍준 청장도 "이번은 특수한 경우인 만큼 최대한 김씨를 배려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