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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유명무실'..판매점엔 '공짜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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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유명무실'..판매점엔 '공짜폰' 여전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1.1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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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요? 정부가 붙이라고 해서 붙인 건데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 가격보다 더 싸게 드릴게요."

정부가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를 시행한 지 보름째인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직원이 던진 말이다.

이 판매점에 진열된 휴대전화들 옆에는 종이로 된 가격표가 각각 놓여 있었다. 정부 지침 대로라면 요금제별 가격이 모두 표시돼야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는 3가지 정도의 요금제별 가격이 적혀 있었다.

기자가 이날 둘러본 서울 강남역 번화가와 노량진 학원가, 용산의 한 전자상가, 대치동 아파트 단지에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10여 곳의 상황이 모두 비슷했다. 점포들은 대체로 휴대전화에 간략하게나마 가격을 표시하고 있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가격을 표시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또 근절돼야 하는 '공짜폰'을 내건 판매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직 정착 안 돼…"공짜로 드려요" = 강남역 근처의 어느 판매점은 'LTE폰 공짜'라고 적힌 큼직한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었다. 노량진에 있는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은 유리벽에 '명품 프라다폰 반값'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점포 밖 길가에 '공짜' 홍보물을 설치한 노량진의 한 판매점 직원은 "매장 외부에 대한 지침은 없어서 세워 놨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1일부터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면서 휴대전화를 판매할 때 '공짜'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매장의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공짜 운운하는 마케팅을 펼치면 안 된다.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매장이라면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짜로 줄 수 없다.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들이 말하는 공짜폰은 통신요금 할인액을 단말기 할인액인 것처럼 계산해 마치 단말기 가격이 '0원'이 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대리점보다는 거리의 판매점에 '공짜' 등 표현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한편, 용산 전자상가의 판매점들은 작년 여름부터 상가 자체적으로 공짜 마케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치된 가격표…"더 헷갈려요" = 강남역 인근의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사람들이 가격표에 별 관심을 안 둔다"며 "이동통신 요금과 단말기 가격의 구조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약 79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갤럭시S 2 LTE HD'의 가격 구조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일단 출고가에서 이통사가 지원하는 보조금이 빠져요. 여기에 우리 대리점이 제공하는 특별 할인이 들어가요. 고객님이 선택한 요금제에 따라 요금할인액이 달라요. 이 요금제로 하면 매월 2만2천원, 저 요금제로 하면 매월 2만원씩 할인돼요. 할부 기간을 24개월로 하면…."

귀로는 또박또박 말이 잘 들어오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직원이 마지막에 "8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면 결국 기계값은 무료"라고 한 말은 강한 인상을 줬다.

이 직원은 "사람들은 휴대전화 가격보다는 매월 내는 금액을 더 궁금해한다"며 "수년간 공짜폰 형식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해왔고, 어차피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이 합쳐서 청구되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판매점 직원은 "사람들이 가격표를 보고 더 헷갈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은 표시한 가격대로 팔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격에 영업비밀이 들어 있는데 가격을 다 공개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손님들이 가격만 보고 다른 가게로 갈까 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불신감 해소에는 도움 = 용산 전자상가 내 다른 판매점 직원인 김재호(27)씨는 "가격표시제로 문제와 갈등이 있긴 하지만, 공짜폰이 공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판매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짜폰은 과거 고액의 보조금이 지급됐던 시절에 등장해 요즘은 온라인 공동구매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내세우는 용어"라며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까지 공짜폰만 찾는 바람에 가격을 낮추느라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휴대전화를 구매한 회사원 최선우(30)씨는 "인터넷으로 미리 가격을 파악하고 대리점에 갔는데, 가격표에 있는 가격과 내가 예상한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아 믿고 구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량진의 한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가격표시제는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단말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가격표시제도 정착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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