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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 '촌지실록'<3>... 관청 대변인은 기자 '복리후생' 에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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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 '촌지실록'<3>... 관청 대변인은 기자 '복리후생' 에 신경
지방출장비는 '낑'으로… 본사는 '품의'만
  • 정리=김영인 기자 kimy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7.31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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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이 '출장'을 가는 명분은 어디까지나 '취재'다. 그래서 '지방취재'다. 신문사에는 '지역경제'를 취재하러 간다며 '출장 품의'를 한다.

    취재를 하려면 당연히 경비가 필요하다. 교통비도 필요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자야 한다. 그렇지만, 신문사에서는 '출장비'를 주지 않는다. 다만, 잘 다녀오라며 허락해줄 뿐이다.

    그러면 기자는 '출장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빠듯한 박봉을 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결책은 뻔하다. '낑'이다.

    김봉투 기자와 간사는 우선 공보실장부터 만나러 갔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공보실은 기자실과 나란히 붙어 있었다. 관청도 그랬다. 기자실과 대변인실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래야 기자들 뒤치다꺼리를 쉽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기사'만 뒤치다꺼리하는 게 아니다. 출입기자의 '복리후생'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복리후생 상태가 불량(?)해서 기자들이 토라지면 안 된다. 그러면 '아'라고 표현해도 될 기사가, '어'로 바뀔 수도 있다. 표현이 사나워지면 기관장의 꾸중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변인은 기자들이 혹시 배가 고프지 않은가, '술'이 마렵지 않은가,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지 않았나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그런 기자들이 있으면, 해결방안을 찾아줘야 한다. 걱정이 생기면 함께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기자는 '무관의 제왕'이기 때문이다. 또는 '붓 든 깡패'이기 때문이다.

    간사가 공보실장에게 말했다.
    "실장. 다음 주에 기자들이 부산쯤 가서 한 이틀 취재 좀 하려고 하는데 어떻겠소."

    기자들의 말투는 대충 비슷했다. 공보실장은 간사보다 10살쯤은 연배다. 그렇지만 안하무인이다. 반말 절반, 존댓말 절반이다.

    기자들의 이런 말투는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저절로 터득된다. 형사들과 숨바꼭질을 하다보면 슬그머니 말들을 놓게 되는 것이다. 형사는 사건을 숨기고, 기자는 숨긴 사건을 캐내려고 한다. 매일 입씨름을 하다보면, 서로 욕설 비슷한 것도 오고가게 된다. 그래서 경찰서 출입으로 '잔뼈'가 굵어진 기자들은 말투도 제법 험한 편이다.

    이렇게 출장 일정이 결정되었다. 협의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 간사가 공보실장에게 통보한 결정이었다. 출장 기간을 다음 주 금, 토요일 이틀로 잡았다. 다른 출입기자들에게도 일정을 통보했다.

    공보실장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은행 총재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 '소정의 출장비'를 내놓을 것이다. 또한 시중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들 역시 '소정의 출장비'를 '협조'할 것이다.

    10여 명의 기자단이 움직이려면 교통편이 필요하다. 먹고, 마시고, 잠잘 곳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부산에 있는 지역 금융기관에 의뢰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기업에게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다. 기자들의 취재를 편하게 하려면, '취재비용'도 보태줄 필요가 있다. 취재비용이 없으면 기자들이 불편해진다. 한국은행이 내놓는 출장비로는 어림도 없다. 그러면 공보실장의 잘못이다.

    다행히 한국은행은 막강했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인 것이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쉽게 주무를 수 있다. 중앙은행의 요직 과장쯤 되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머리가 허연 시중은행 상무를 세워놓고 꼬나볼 수도 있다. 돈줄을 죄었다가 풀었다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보실장 역시 한국은행의 이런 '끗발'을 동원할 수도 있다. 기자들의 출장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공보실장이 앞장선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앞장설 이유가 없다. 공보실장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뒤치다꺼리다. 앞장서는 것은 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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