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육군이 최근 170만 스위스프랑(13억원) 규모의 군용 포켓나이프 구매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들어 세계의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공개 경쟁 입찰을 하겠다고 하자 스위스 국민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나라 군대도 아니고 스위스 육군이 포켓 나이프를 사용할 경우 `맥가이버 칼'이라는 별명을 지닌 `스위스 아미 나이프'(군용칼)를 주문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도 불구, 어째서 수의 계약을 하지 않고 공개 입찰에 맡기느냐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의 저변에는 6만5천개에 달하는 다용도 포켓나이프의 경쟁 입찰에서 몇 년전부터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복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는 중국이 이길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3일 전했다.
스위스 육군에서 대령까지 지낸 알루아 케슬러 변호사는 `군인들의 스위스 포켓 나이프를 지키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국적인 캠페인 및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케슬러 변호사는 WTO 관련 규정상 "찌르는 무기들"은 경쟁 입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의 목록에 속해 있다면서,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찌르는 무기들"에 속하는 만큼 공개 입찰 계획을 철회할 것을 스위스 육군측에 촉구했다.
그는 "우리 병사들이 배낭에 `중국제 나이프'를 넣고 다니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그 것은 마치 우리 병사들에게 독일제 초콜릿을 주고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극우파인 스위스국민당의 토마스 푹스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더 이상 스위스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편이 더 낫다"고 가세했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들에 대해 스위스 육군측은 대응을 삼가고 있다. 다만 육군측은 이번에 구매할 군용 나이프는 잠금 장치를 지닌 톱니 모양의 칼날과 아울러, 톱, 십자 스크루드라이버 등을 포함해 현대 군 생활에 적합한 기능을 갖춰야 하며, 혁대에도 부착이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스위스 아미 나이프 제조업체인 스위스의 빅토리녹스측은 자사 제품의 질과 가격을 감안할 때 중국과 대만, 불가리아 등의 제품을 제치고 충분히 경쟁 입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1897년 슈비츠 칸톤의 일바하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며, 그후 우주인, 조종사, 외과의사 등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현재 미군을 포함한 16개국 군대에서 공식 포켓 나이프로 쓰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