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전기 다소비 업종인 철강업계가 거듭되는 전기요금 인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전력의 적자보전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지나치게 올린다는 볼멘 소리다.
한국전력은 지난 6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좀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며 인상률을 6%로 잡았다. 이는 주택용(2.7%), 농사용(3.0%), 심야(4.9%) 전기요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8월(4.4%)과 12월(4.5%)에 이어 이번 인상까지 1년새 전기요금을 13.8%나 올렸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동안 6.1%, 6.5%, 6%가 인상돼 도합 18.6%나 올랐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회사별로 많게는 400억원 가량, 적게는 수십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포스코보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한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1조3천억원의 절반을 전기요금으로 냈는데 올해는 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1년새 3차례나 전기요금이 인상됐는데도, 한국전력이 연말께 추가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비단 철강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오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데도 얼마나 더 전기사용량을 줄여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더 이상 줄일 것도 없는데 매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만 압박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철강업체들은 세계적인 철강경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기요금 인상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이 9조2천2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 줄었고 영업이익은 1조570억원으로 29.3%나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 매출액 3조8천612억원, 영업이익 3천338억원, 당기순이익 1천8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4.7%, 영업이익은 18.4%, 순이익은 44.5% 감소한 수준이다.
한편 전기요금이 1년새 3차례나 인상된 것은 한국전력의 적자경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08년 11월 3%, 2009년 6월 2.3% 등 과거에는 1년에 1차례 정도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순손실액 규모가 3조5천억원에 달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한국전력의 입장이다. 회사 측은 원가에도 못미치는 전기요금을 이유로 올해 4월과 7월 각각 13.1%와 10.7% 인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전력이 평균 4.9% 전기요금을 올리는데 성공하면서 매출액이 2조5천억원 가량 늘어나게 됐지만, 차입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2조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전기요금 인상률이라며 올 하반기 한국전력이 추가로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두 자릿수 요금인상을 요구한 한전이 급한대로 5% 미만에 합의하면서 올 겨울 난방수요가 급증할 때 추가 인상할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과소비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택용의 인상 폭이 가장 미미했고 일반용과 산업용의 계절적, 시간대별 차등요금 도입도 생략됐다"며 "더욱이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요금인상률이 15% 내외로 추정되는데 4.9% 인상으로는 차입금 증가, 무배당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범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이유로 올 겨울 추가 인상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이번 요금인상에서 확인했듯이 한번에 인상해줄 수 있는 폭은 5% 수준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익정상화까지 추가적인 요금인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