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부터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경기침체 장기화, 내수부진 심화 등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데 대한 선제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내부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개선과 리스크 관리를 넘어서서 국내 거래 및 투자 감축,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용까지 모두 줄일 경우 실물경기가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롯데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경기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속속 비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등 대형은행들도 하반기 영업전쟁을 앞두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대형은행들은 올해 들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과 이자이익 감소로 실적이 대폭 급감하자 고강도 긴축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수익성 증대를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슬림경영’에 본격 착수했다. 지주회사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은 최대한 억제하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비용 집행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도 올 경영목표인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을 위해 하반기 비상경영계획을 수립하고 건전여신 확대와 비이자이익 확대, 리스크관리 강화, 일반경비 감축에 주력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도 국내외 영업여건 악화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고객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통한 내실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올 2분기 중 당기순이익(대손준비금 전입후)은 2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천억원) 대비 60.4%(3조3천억원) 줄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2.8% 감소했고, KB금융지주 26.94%, 우리금융지주도 27.6%나 줄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상반기 순익이 1분기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부의영업권' 등 1회성 요인으로 전년동기 대비 77% 증가했으나 2분기에는 전분기보다 무려 82.8%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긴축경영'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내부적인 저효율 구조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고 은행 자산의 건전성 관리로 부실 위험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회생가능한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채권회수나 경기부양 및 서민금융 지원 외면 등으로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금융이기주의적 행태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가산금리를 통한 부당이익 편취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융공공성'을 저버리고 실적 챙기기에만 몰입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에 내수촉진을 위해 국내거래 및 투자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6월말 현재(한국은행 자료) 은행의 가계원화대출 규모가 457조1천억원(이중 주택담보대출 310조4천억원), 기업원화대출은 582조원에 달하는 만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부실화를 막아야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판교·동탄 등 수도권 2기 5개 신도시 아파트(12만2천860가구) 가격이 급락하는 등 집값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급등하면서 가계 부실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또한 조선, 건설사 등 신용등급(C, D)이 나쁜 36개사에 대한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되면 추가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은행권의 역할과 책임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몇몇 은행에서는 민심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산하에 사회적 책임경영, 윤리/정도경영, 고객중심경영의 세 분야에 대한 위원회를 두고 서민금융 지원 확대,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윤리경영 실천, 불완전 업무처리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은행은 '참금융 실천결의대회'를 열어 "부당한 금리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신한은행도 7일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책임경영 실천 다짐대회'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나 기업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들이 '정도경영'을 약속했는데 단지 '여론무마용' 요식행위가 아니라 가산금리 등을 통해 이자수익을 올리던 관행을 버리고 투명한 금리체계를 마련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때 고객들의 불신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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