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닛산의 생산기지로 전락하게 됐다는 비판적인 여론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의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프로보 사장은 지난 7일 기흥 중항연구소에서 열린 크로스오버 차량 '로그(ROGUE)' 생산 관련 협력업체 컨퍼런스에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로그 생산을 위해 르노삼성자동차를 선택했다"며 "르노삼성은 차세대 로그 생산 등을 통해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르노삼성이 당분간 닛산의 '로그'를 위탁생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르노그룹은 2014년부터 닛산의 크로스오버 차량인 로그의 차세대 모델 8만 대를 부산공장에 '위탁생산' 방식으로 맡기기로 결정한 상태다.
지난달 방한한 르노그룹 카를로스 곤 회장은 내수 판매 부진에 따른 수익성 급감으로 위기를 맞은 르노삼성에 1억6천만 달러를 투자해 닛산의 차세대 로그 8만대 생산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이 신차개발을 포기하고 르노-닛산 차량을 위탁생산하는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프로보 사장이 로그 위탁생산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당당하게 밝힌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물밑에서 자체 연구개발을 통한 신차 라인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보 사장은 이와 관련햐 올해안에 중장기 전략을 밝힐 계획이다.
다만 차종 및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즉, 앞으로 연구개발을 마치고 신차를 시판하기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 정도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은 신차 개발이 마무리될 때까지 생존을 위해 위탁생산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르노삼성은 내수판매부진으로 인해 부산공장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위탁생산을 마다할 수 없는 절실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이 예상하는 올해 생산 및 판매량 추정치는 17만대다. 작년 24만7천대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르노삼성 생산기지인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이 30만대 수준인 점에 비춰 13만대분의 생산능력이 방치된다는 의미다.
닛산의 로그 8만대를 위탁 생산함으로써 그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그룹 내에서 SM5 등 중형차량 이상 세그먼트의 연구개발 영향력은 르노삼성이 가장 크다"며 "르노삼성이 독자 개발 신차를 포기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보 사장의 부품 협력업체 컨퍼런스에서의 발언은 로그에 포커스를 맞춰 생산취지를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르노삼성은 7월까지 내수에서 3만5천654대의 누적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6만2천603대 대비 43%나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에는 2천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때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 3위를 차지했던 르노삼성은 한국지엠에 그 자리를 내주고 꼴찌 쌍용자동차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청기지 전락'이라는 오명에 시달리면서도 미래를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는 르노삼성의 전략이 차세대 신차 개발로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