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리금융은 '계열사간 업무시너지'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매트릭스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우리은행과 노조 등의 반발로 잠정보류 한 바 있다.
'매트릭스 도입'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데다 '지주회장 권한 강화' 등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내부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강행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이 우리은행 등 관련 자회사에 내년 1월 매트릭스 시행관련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전략기획부 관계자는 "내년 1월을 목표로 매트릭스 도입을 진행 중"이라며 "CIB(기업투자금융)와 WM(자산관리) 등 사업부문별로 각각의 부문장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도입할 '그룹사업부문제'의 주요 내용을 보면 CIB사업과 WM사업에 별도의 부문장(BU)을 두고 우리은행 그룹장이 사업부분장을, 우리투자증권 그룹장이 부사업부문장을 겸직한다.
부문장은 사업전략과 시너지전략, 리스크관리를 맡으며 자회사 CEO는 재무/예산, 인사권을 갖는다. 단, 사업부문 내 자회사 소속 임원에 대한 평가관리는 부문장과 자회사 CEO가 공동평가(50:50)한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에 매트릭스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관련 계열사들과 세부방안을 협의해 왔다.
우리금융의 매트릭스 도입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은행 노조 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사업부문 전체를 매트릭스 체제로 바꾸려고 했는데 노조에서 반대 천막농성을 벌이자 WM과 CIB 부문만 하기로 완화했었다"며 "최근 우리금융 졸속민영화 및 메가뱅크 반대 투쟁에 집중하는 사이 지주사에서 또 다시 매트릭스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이 매트릭스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금융지주 회장이 임명한 사업부문장에 대해 노조에서 법적으로 견제하거나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사 내 사업부문 관련 조직 신설로 인해 은행 내 추진 및 성과평가 조직과 중복되고 인력 및 시간, 비용 등이 추가 소요된다는 점, 이중 보고체계 등으로 업무프로세스가 증가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매트릭스 조직은 계열사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은행·증권 등 자회사들의 유사업무를 사업부문(BU)으로 묶어 각 부문장이 이를 총괄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각 부문장과 법인장(계열사 대표)간의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해 금융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인장이 모두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다. 특히 금융지주사 임원이 사업부문장을 맡게 될 경우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남용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 2008년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매트릭스를 도입했지만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않아 도입필요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매트릭스 도입 후 부문장과 법인장간의 인사권 충돌과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말 은행 부문에 한해 인사권을 은행장이 갖도록 수정 보완했다. 또 올 2월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함에 따라 하나은행 기업금융 BU 업무는 외환은행장과, 외환은행 개인금융 BU 업무는 하나은행장과 협의토록 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글로벌 부문을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 중이며,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월 CIB와 WM 사업부문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KB금융지주는 매트릭스 조직을 만들지 않는 대신 필요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가 시너지를 위해 협조토록 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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