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독일계 브랜드 로벤타는 그동안 헤어드라이어나 스트레이트너 등 미용관련 제품에 주력했다.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있어 로벤타는 이미용기 전문 기업으로, 또 한 손에 드라이어를 쥔 섹시한 여성 모델의 이미지로만 기억됐다.
로벤타가 12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생활가전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로벤타가 국내 가전 시장에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국내 진출 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미용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뤄내면서 한국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로벤타는 고급 가전의 구매율이 결코 낮지 않은 국내 시장의 특징에 맞춰 다리미와 청소기 등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로벤타가 선보인 커피머신 ‘ES4400’도 그중 하나다.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캡슐커피머신이 아닌 마니아를 위한 반자동 머신인 것이 다소 의외지만 회사 측은 작년 하루 커피 소비량 3700만 잔을 기록한 '커피 공화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벤타의 커피머신을 직접 사용해봤다.
반자동 선택한 로벤타, 마니아를 겨냥한 두가지 시스템
현재 국내 시장에서 커피머신 판매량은 캡슐형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원두 보관과 커피 추출 면에서 상대적으로 편리한 캡슐형은 간편함을 무기로 집에서 간단히 수준급 커피를 마시려는 소비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반면, 최근 3~4년간 커피 머신의 대중화를 이끈 반자동 머신 판매량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로, 작년 6월 캡슐커피머신이 등장한 후 판매량으로는 명함도 못내미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자동 머신은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원두의 종류와 탬핑, 날씨와 온도 등 변화 요소가 많아 매일이 다른 매력적인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추출 전 모든 과정에 숙련된 소비자라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머신이 일정한 힘의 압력을 갖추고, 추출 전 숙련자의 기술을 그대로 커피에 반영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로벤타는 이런 커피 마니아들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구상했다. 높은 압력 및 조절이 가능하며, 별도의 탬핑 시스템으로 강도를 맞출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ES4400’은 두 가지 시스템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먼저 주목할 만한 특징은 자동 탬핑 시스템(Optipress System)이다.
별도의 탬핑(Tamping, 필터에 채운 커피 가루를 누르는 과정. 탬핑을 세게 할수록 커피가 천천히 투과돼 더욱 진한 향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과정 없이 필터 홀더를 장착하는 동안 탬핑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커피 가루를 탬핑하는 과정이 커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숙련된 탬핑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생각하면 탬핑을 기술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은 큰 장점이다.
또한 15바(Bar)의 압력펌프로 써모블록 알루미늄 관에 물을 주입하고, 순간적으로 가열해 고압력에 도달하게 하는 써모블록 시스템(Thermoblock System)이 적용돼 진한 향과 풍미를 가진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다양한 편의기능으로 누구나 쉽게
필터 홀더를 호환성이 높은 구조로 디자인해 분말형과 포드(POD)형의 커피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커피 마니아답게 마시고 싶어 제품을 구입했지만 생각보다 추출 전의 과정이 귀찮았던 소비자나, 가끔은 캡슐커피머신처럼 간편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은 소비자를 위한 배려다. 포드를 사용할 때 별도의 준비과정은 필요하지 않다.
커피 추출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버튼을 길게 눌렀다 놓으면 원하는 커피의 양을 설정해 매번 조절하지 않고도 간편히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전원버튼을 중심으로 1컵, 2컵용 버튼이 있어 원하는 컵 수에 맞춰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다.
또한 우측에 있는 스팀 노즐로 우유를 데우거나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만들면 집에서도 커피 전문점에서처럼 카푸치노, 카페라떼 등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단 노즐의 세기를 조절할 수 없어 무조건 최고 세기로 틀어야 하며, 그마저도 강한 편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만족스러운 거품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제품 상단에는 컵 예열판을 두어 커피를 추출하기 전에 미리 컵을 올려두고 따뜻하게 데워 향기로운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세척과 보관도 간편하다. 필터 홀더 밑부분에 있는 분리 버튼을 누르면 커피 찌꺼기가 쉽게 떨어져 나와 청소가 손쉽고, 스팀 노즐과 물받이 판은 분리형 부품으로 본체에서 따로 분리해 편리하게 세척할 수 있다. 단, 물통 뚜껑의 경우 내구도가 약해 연결부분이 쉽게 떨어져나갈 위험이 있다.
대중성 갖춘 프리미엄 반자동 커피 머신
기본적으로 마니아를 위한 커피머신이지만, 일반 사용자를 위한 편의 기능들 덕분에 부담 없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분말 뿐 아니라 포드를 사용할 수 있는 필터의 채택으로 포드형 커피머신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활용도도 높다.
물론 마니아에게도 어필할만한 추출 기능도 충분하다. 순간적으로 물을 가열해 만든 고압력으로 수준급의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고, 특히 자동 탬핑 시스템으로 쉽게 커피추출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제품 분리가 쉬워 세척도 간편하다.
다만, 함께 장착된 스팀 노즐의 경우 세기가 생각보다는 약한 편이라, 상황에 따라서는 만족스러운 거품을 만들기 힘들 수 있고, 일부 부품의 경우 내구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