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제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0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위장 계열사의 빚을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에 2천8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한화그룹 지배주주라는 점을 악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등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고 지목했다. 특히 2심까지 갈 것 없이 이번 선고공판에서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8월 금융감독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검찰에 한화그룹의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했다. 김 회장은 그해 12월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월30일 서부지검은 김 회장 등 11명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올 2월2일 서부지검은 김 회장에게 징역 9년, 추징금 1천500억원을 구형했지만 공교롭게도 법원 정기인사로 담당 재판부가 바뀌면서 당초 2월23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 공판이 연기됐다. 재판부는 지난 7월16일 김 회장에게 징역9년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했으나, 8월16일 선고 공판에서는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으로 형량과 벌금이 축소됐다.
이에 따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박 회장과 최 회장 등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총수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 회장은 오는 27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3번째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의 수입원료 중간 대리점인 서울화인테크와 세윤통상 등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9년 6월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헐값 매각 사실을 인지하고, 금호산업 주식을 미리 팔아 102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특별사면 됐지만 또 다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 초순경 선고공판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최근 재벌 총수들에게도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내려지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는 것이 관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이후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약 7명이 총 22년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러나 정권말 경제민주화가 이슈되면서 재벌이라도 경제사범에겐 중형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징역 4년6개월과 추징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