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가격, 안잡나? 못잡나?
최근 가공식품 가격 고삐가 풀리면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레임덕'에 빠져 물가정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곡물 등 원자재 상승을 이유로 즉석밥, 라면, 식음료, 주류 등 주요생필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농심이 국민스낵 새우깡을 900원에서 1천원으로 11.1% 올렸고, CJ제일제당이 10년 만에 햇반가격을 개당 1천400원으로 9.4% 인상한 것을 필두로 경쟁사인 오뚜기와 동원F&B도 즉석밥 가격을 올렸다.
라면에서는 삼양라면이 6개 라면제품 가격을 50~60원 인상했고 팔도라면도 평균 6.4%를 인상했다.
음료시장 1위인 롯데칠성음료도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인상을 단행했다.
그밖에 하이트진로가 맥주 출고가격을 5.93% 올렸으며, 동원F&B도 참치캔의 가격을 6.7∼9.8% 인상했다.
식품업체들은 지난해에도 가격 인상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대책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었다. 심지어 올린 가격마저 줄줄히 환원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법인상이나 담합 여부를 조사하며 기업을 압박했던 탓이다.
지난해의 경우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식품가격인상에 직접 대처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가공식품업계에서 잇따라 제품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과 관련, 가격인상이 적절한 것인지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히며 현안을 직접 챙겼다.
이는 불과 한달만에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말 공정위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데어리푸드 등이 가격인상을 담합했다며 10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CJ제일제당과 대상의 담합, 정식품 등 두유업계의 담합사실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달부터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인상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특별히 어떤 발표를 해야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편법인상 및 가격담합에 대한 조사는 항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엔 김 위원장님 취임 초기인 만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레임덕과 연관시키는 건 무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의 가격인상 러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엄포도 효과가 없어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7월 말 이후 일부 가공식품 가격조정 등으로 식탁물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가공식품 가격의 편법 인상과 밀약에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부당이익은 적극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뒤로도 가격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16일에는 코카콜라음료가 코카콜라와 킨사이다 등 음료수 출고가를 최대 15% 올린다고 밝혔고 오비맥주도 17일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출고가를 5.89%(약 6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업체들이 작심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주무 부처의 말발도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마이경제 뉴스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