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최근 300억원에 육박하는 보유주식을 가족들에게 증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령의 임 회장이 주가가 약세일 때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손자손녀들에게도 대거 주식을 물려줬다는 점에서 절세효과를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20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731만3천주를 가족 13명에게 증여했다. 증여금액은 지난 20일 종가 3천985원으로 환산했을 때 291억4천만원에 달한다.
이번 증여로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보유주식은 2천520만6천705주(지분율 50.76%)에서 1천789만3천705주(36.03%)로 크게 감소했다.
대신 부인 송영숙 씨가 74만8천주(지분율 1.51%), 며느리 홍지윤 씨와 김희준 씨가 각각 62만9천주(1.27%)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에게 돌아간 주식은 총 80억원 규모다.
임 회장은 또 장남 종윤 씨와 장녀 주현 씨, 차남 종훈 씨에게 각각 32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따라 종윤 씨의 지분율은 3.02%에서 3.67%로 높아졌고, 주현 씨는 2.97%에서 3.61%로, 종훈 씨는 2.96%에서 3.6%로 지분을 늘렸다.
특히 임 회장은 부인과 아들 딸 며느리뿐 아니라 손자와 손녀 7명에게도 주식을 증여했다.
올해 10살인 맏손자 성연 군은 기존 9천여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60만9천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이 단숨에 0.02%에서 1.24%로 확대됐다.
2천여주를 갖고 있던 다른 손자녀 6명도 각각 62만3천주를 물려받으면서 지분율이 1.26%로 높아졌다.
이번 증여는 칠순이 넘은 임 회장이 주가가 하락하자 분산증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증여세는 시가과세가 원칙이기 때문에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주식증여는 증여가 이뤄진 시점을 전후로 2개월씩 총 4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그 기간에 주가가 올라 세금 부담이 높아지면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할 수도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1년 전 4천500원대였다가 최근 4천원 안팎에 머물며 11% 이상 떨어진 상태다.
또 여러 사람에게 주식을 나눠 증여한 것도 절세에 효과적이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상증법)에 따르면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일 경우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로 정해져 있다. 30억원을 넘길 경우에는 세율이 50%에 이른다.
임 회장은 1인당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지 않게 조정해 세율을 낮췄다.
단순 계산이지만 증여금액 291억4천만원에 50% 세율을 적용하면 세금이 145억7천만원이지만, 40%를 적용하면 116억6천만원으로 29억원 이상 줄어든다.
총 173억2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손자녀에게 증여한 것도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한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세금이 30% 할증된다. 하지만 자식을 거쳐 손자에게 갈 경우 증여세를 2번 내야하는 것에 비하면 세금이 크게 낮아진다.
또 손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나중에 최고세율로 상속세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 후 10년 내에 사망할 경우 증여된 재산이 상속재산에 전액 합산되지만 며느리, 사위, 손자녀는 이 기간이 5년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분산해서 증여하면 적지 않은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