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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잘못 설치해 곰팡이 천국,어디다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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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잘못 설치해 곰팡이 천국,어디다 하소연?
정수기 에어컨 등 호스 설치 불량으로 물바다..보상범위 두고 갈등
  • 조현숙 기자 chola@csnews.co.kr
  • 승인 2012.08.30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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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의 설치 하자로 인해 집안이 물바다 되고 곰팡이 범벅이 되는 소비자 피해가 줄을 잇고 있다.

에어컨이나 식기세척기, 정수기 등 연결 호스나 배수관이 잘못 연결된 경우 소리소문 없이 흘러내린 물로 인해 피해를 겪게 되는 것.

제품 교환이나 수리 등의 단순 조치를 넘어 바닥재나 가구 등 2차 피해로 확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에 따른 보상 범위를 두고 소비자와 업체 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설치자가 제조사 소속 직원이 아닐 경우 보상 여부를 언급할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무더운 여름 집안 가득 핀 곰팡이에다 쾌쾌하게 풍기는 악취를 참아내야 하는 것 역시 소비자 몫이다.

한편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가 제품 설치 중 발생된 피해의 경우 제품 교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차 피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도배나 장판 등 추가적인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마땅히 없지만 피해를 입증할 경우 업체 측으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사실관계 입증을 위해 피해 발생 시의 사진 등의 근거자료와 업체 측에서 인정하는 확인서나 녹취자료 등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식기세척기 이전설치 잘못돼 주방바닥 썩어

30일 부산진구 부암동동 거주하는 김 모(여)씨에 따르면 작년 1월에 이사를 하면서 사용 중이던 동양매직 식기세척기를 이전 설치했다.

지난 7월초 주방 바닥이 들뜨기 시작했다. 아파트 시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하자보수팀에 연락해 점검을 하고서야 싱크대에 설치된 식기세척기 연결 호수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음을 발견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물이 새고 있었는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그동안 세척기에서 나온 오물 및 찌꺼기 등이 마루 밑으로 내려가 고여서 썩고 있다 생각하니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동양매직 측에서 방문한 기사는 다시 호수를 제대로 연결시킨 후 담당자를 통해 연락을 주겠다며 돌아갔다. 이틀 후 담당자는 100% 과실을 인정한다며 보상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상 범위였다. 업체 측은 하자가 생긴 부엌마루만 보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제품 단종으로 똑같은 바닥재를 구할 수 없게 된 김 씨는 거실 전체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김 씨는 “거실과 부엌에 다른 바닥재를 시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동안 항상 집안에 쾌쾌한 시궁창 냄새가 나도 환기 문제라 여기고 넘겼는데 그동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상의 범위가 ‘원상복구의 개념’이라고 했는데 이 경우는 원상복구라 볼 수 없지 않느냐”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동양매직 관계자는 “원칙상 피해가 확인된 부분에 대해 보상범위를 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자재 단종으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었으며 현재 원만한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답했다.

◆ 에어컨 배수관 문제로 아래층까지 누수

광주시 북구 임동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08년에 구입해 설치한 LG전자 에어컨 누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아래층으로 누수가 되고 있어 점검한 결과 에어컨 설치 당시 아파트 자체 매립형 배수관 뚜껑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바닥으로 물이 새고 있었던 것.

LG전자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해 설치 잘못으로 인한 누수라는 확인서까지 발급 받았지만 결국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당시 매장 측에서 사설업체를 통해 설치를 했던 터라 본사 차원에서 보상을 할 수 없다는 것. 현재 오랜 시간 누수로 인해 아래층 천장 전체를 보수공사 해야 하는 상황.

김 씨는 “구입처인 홈쇼핑과 제조사 모두 보상 범위가 아니라고만 한다. 소비자가 설치 직원 소속까지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2009년 1월부터 에어컨 설치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판매처에서 설치했다. 따라서 판매처에서 설치 불량으로 인해 생긴 하자는 보상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 정수기 누수로 새아파트 곰팡이 범벅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사는 윤 모(여.41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7월 1층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가게 구조를 변경하며 2층 자택에 있던 청호나이스 정수기를 이전 설치했다.

한달 후인 8월 중순경 가게와 집 안의 전기가 모두 나가는 상황이 벌어져 전기 기사가 방문했고, 누전 원인이 누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통유리로 된 가게 구조 상 창틈으로 물이 들어온거라 생각하고 수리비를 했다고.

두 달 뒤인 10월, 윤 씨는 1층 벽을 타고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점검 결과 2층 집의 싱크대와 장판 밑에 대량의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수업체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정수기 이전 설치 시 시공 오류'라고 판명했다. 잠금장치를 잘못 끼워 그동안 계속 물이 세고 있었다는 것.


▲ 정수기 이전 설치 시 실수로 인해 누수되어 벽을 타고 물이 흐르는 모습.

이후 윤 씨와 업체 측은 공사비용을 두고 길고 긴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현장을 방문한 본사 측 직원은 설치상 실수를 인정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후 돌아갔다. 열흘 이후에나 견적의뢰서를 제출하라고 안내를 받은 윤 씨는 누수업체와 전기업체의 견적서를 팩스로 보내고 합의금을 요청했고 본사 측도 소속인테리어 업자를 파견해 공사 견적을 내겠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후 업체 측은 시간만 끌다 ‘합의금 100만원을 받던지, 업체 지정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수리를 받던지 선택하라’고 태도를 바꿨다고. 합의금에 대해 이의 제기하자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인테리어 비용 중 공임비는 줄 수 없으며 부품 값만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 씨는 “이전에 본사에서 파견해 다녀간 인테리어 업체도 우리와 비슷한 견적을 뽑았다”며 “세상에 어느 인테리어 업자가 공임비를 안 받고 수리를 하겠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지인을 통한 인테리어 업체만 고집하다보니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인테리어 업체는 소비자와 청호나이스 어느 쪽이 정하든 상관없으나 몇 개 업체를 통한 가격비교는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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