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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네~하세요' 보험설계사 거짓 종용에 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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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네~하세요' 보험설계사 거짓 종용에 속아
실적에 눈멀어 고지의무 위반 종용하고 탈나면 발뺌
  • 조은지 기자 freezenabi@csnews.co.kr
  • 승인 2012.09.17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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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병폐였던 불완전판매를 넘어서는 더욱 악의적인 사기성 보험 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상품에 대한 중요사항 안내를 누락하는 것을 넘어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가입자에게 고지 의무를 위반할 것을 종용해 실적을 채우고 있는 것.

과거 병력사항이나 계약조건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은 문제', '의례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식으로 거짓 답변을 유도해 계약을 성사시킨 후 구두상의 설명으로 증거자료가 없었다는 맹점을 악용해 발뺌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피해를 겪은 소비자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도리어 보험 사기범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은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불완전판매가 감소하고 영업환경이 건전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별 불완전판매비율이 전년동기보다 0.23%p 개선됐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비자들은 “보험설계사인지 사기꾼인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라서 믿고 가입했는데...돈 잃고 사람도 잃었다”, “이제 보험 가입할 때 동영상 촬영이나 녹음은 필수”라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병력이 있음에도 친인척 등 지인 관계 설계사 말만 믿고 사전 고지의무를 다 했다는 청약서에 자필 사인을 했다면 소비자 과실”이라며 “하지만 설계사가 사전고지를 누락시키거나 방해하는 건 보험설계사 금지사항이고 금감원 '참여마당- 금융범죄'란에 제보하면 모아뒀다 감사 시 한꺼번에 사건 처리한다”고 전했다.

◆ 병원소견서까지 제출 심사통과했는데 무슨 문제?

17일 경기도 이천시 송정동에 사는 인 모(남)씨는 지난 7월 30일 H화재보험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과정에서 ‘가입자의 알릴 의무사항’의 최근 5년간 질병, 상해로 인한 수술 및 치료를 받은 사항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최근 교통사고로 치료한 이력과 10여년 전 허리 디스크 수술 사실을 알렸다고.

당시 설계사는 허리디스크의 경우 10년이 지났고 완치된 상황이라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요청에 따라 '지금은 완치됐다'는 병원소견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가입적격자로 통과됐다는 안내와 함께 보험 증권까지 받았다.

하지만 최근 타 보험사 상담원에게 보험가입 권유를 받은 인 씨는 가입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을 설명하게 됐다.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상담원은 ‘가입할 수 없는 조건인데 뭔가 이상하니 자세히 알아보라’고 설명했다고.

담당 설계사에게 연락해 ‘사전 고지 의무를 다한 것이 맞다’는 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설계사는 감감무소식이었고 '담당 설계사와 이야기하라'던 본사 콜센터 측은 계속적인 추궁에 설계사 퇴사 상태임을 전했다.

결국 인 씨는 고지의무에 대해 충실히 안내하지 않은 '설계사의 잘못'임을 인정받아 납입한 보험료 100%를 환급받았다.

인 씨는 “분명히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고 심사도 통과돼 보험 증권까지 발행 받았는데...중간에서 이렇게 쉽게 조작이 돼도 보험사 측이 걸러 낼 수 없다니 대체 뭘 믿고 계약을 해야 하냐”고 황당해했다.

덧붙여 “만일 타 보험사 상담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보험료를 수십년간 낼 뻔 했다"며 기막해혔다.

이에 대해 H화재보험 관계자는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다 하고 청약서상 모두 체크되어 있다면 보험은 유효하다”며 “관련 사항 공지 후 더욱 철저히 설계사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 심사 보류된 상품 계약 위해 '무조건 네네' 거짓말 종용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 사는 이 모(여.24세)씨는 지난해 9월 D생명  저축형 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받았다.

당시 상담원은 '최대 15년 납입'이라 설명했다. 대학생이었던 이 씨는 15년씩 납입할 자신이 없다고 하자 상담원은 1년 뒤에도 당장 찾을 수 있다며 이 씨를 안심시켰다고.

가입 후 보험 심사팀 직원은 이 씨에게 12년 만기 상품인지 아는 지를 물었고 “1년 뒤에 바로 찾을 수 있다고 설명 들었다”고 답을 하자 심사통과를 받지 못했다.

잠시 후 상품 안내를 했던 상담원은 “왜 그렇게 대답했냐”고 질책하며 “보험 심사는 원래 무섭게 하는 거기 때문에 그냥 ‘네’라고 대답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하는 탓에 이 씨는 상담원을 믿고 다시 연락온 보험 심사팀의 질문에 무조건 “네”라고 답했다. 매월 10만원씩 납입해 온 이 씨는 8월 말로 계약기간 1년이 되자 보험사 측으로 환급에 관해 문의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12년 만기 상품으로 최소 12년 이후에 돈을 찾을 수 있다. 지금 해지할 시 상환금액은 30%”라는 설명으로 이 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입 당시 설명과 다른 점을 짚자 되레 상담원이 잘못된 설명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어이 없는 답이 이어졌다.

이 씨는 “보험 심사 당시 통과하지 못했던 적이 있어 분명히 기억한다. 분명 심사 반환된 등의 사유 등 관련 자료가 보험사 측에도 있을텐데 가입자에게 입증하라니 어이가 없다"며 기막혀했다.

해지 시 입게 될 손해가 너무 커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유지키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해 D생명 관계자는 “현재 당사로 민원 제기된 건이 없다”며 “가입 당시 녹취확인 등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 후 손실부분을 보상하는 것이 당연한 정상절차”라고 밝혔다.

◆ "다 이렇게 하는거야" 호언장담 후 발뺌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사는 유 모(여.38세)씨는 지난해 5월 경 지인의 소개로 I생명의 보험 설계사를 소개받았다.

당시 유 씨와 남편은 병력 사전 고지란의 관련 질문에 ‘예’ 라고 체크했었다고. 유 씨의 남편은 허리 디스크 수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유 씨 역시 우울증 이력과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담당 설계사가 직접 X표를 하며 동의 없이 ‘아니오’란에 체크를 했다는 것이 유 씨의 주장.

유 씨가 그렇게 계약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지인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도 다 그렇게 가입했다며 쉬쉬했고 담당 설계사 역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최근 주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 씨는 아무래도 그 문제가 마음에 걸려 I생명 고객센터로 연락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다.

상담원은 “더 이상 보험 유지도 되지 않고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도 돌려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더욱이 문제의 설계사를 통해 추가로 가입한 저축보험 역시 자신도 모르게 연금보험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유 씨는 “계약에 눈이 멀어 설계사가 허위 가입을 종용했는데 왜 1년 넘게 불입한 300만원을 모조리 손해봐야 하냐"며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I생명 관계자는 “고객과 설계사의 주장이 서로 다르며 고객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금감원을 통해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짧게 답했다.

유 씨는 “이제 보험 가입하려면 동영상이라도 찍어둬야 할 판”이라며 “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이 일단 가입시키고선 납입금을 돌려주지 않는 보험사 측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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