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와 외환은행 노조가 IT통합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4년 초까지 'IT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IT통합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 측은 지난 2월 양사가 합의한 '5년간 독립경영 보장'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4일부터 4일째 은행본점 앞에서 하나금융의 IT 사전통합 규탄집회(하루 3회)를 열고 "하나금융이 IT 통합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끝장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편입된 지 6개월여가 흘렀지만 외환·하나은행의 통합시기를 앞당겨 시너지를 내려는 하나금융과 '경영간섭'을 우려하는 외환은행 노조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조직내부 갈등이 여전히 끓고 있는 양상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하나금융이 IT통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구성 등 관련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7월 18일 임원 워크샵을 갖고 'IT 비용절감'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논의된 주요 내용에는 2014년 초까지 IT통합 완료시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1천억원의 직접비용 절감, IT통합을 위한 제도, 프로세스, 금리, 상품체계 사전통합 필요 등 통합효과와 방향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최근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외환은행 IT 부서장들을 직접 소집하고 4개 업체에 IT통합 관련 컨설팅 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시너지'를 명분으로 '2·17 합의사항'을 어기고 IT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합의서에서는 'IT부분의 경우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을 뿐 'IT통합' 문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 측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집회 규모와 수위를 계속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IT통합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IT부문과 관련 합의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일 뿐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 인수 후에 시너지 차원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CD기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처럼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점차 하나씩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라며 "양은행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과 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노조에서 말하는 '합의 위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IT통합' 문제를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통합 잡음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이미지와 조직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 측은 향후 3년간 외환은행과의 업무시너지 효과가 1조1천5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 이중 'IT비용 절감' 효과가 총 4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외환은행 노조 측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목표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