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등장한다. 샤일록은 평소부터 미워하는 안토니오에게 친구의 보증을 세워 놓고 기한까지 갚지 않으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 내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
결국 돈을 기일안에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끝에 승리한 샤일록은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려 들었다. 때마침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판사로 변장한 친구는 샤일록에게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살만 베어내라는 명령을 한다.
이 유명한 희곡의 명성 때문에 샤일록이란 이름은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돈장사를 하는 사람들에대한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세기의 성인인 예수도 고리대금업자에 대해선 진노했다. 조선시대에도 고리대금업은 사회악으로 취급받았다.
합리적인 대금업이란 제도가 있을법도 한데 기록으로는 거의 찾기 힘들다. 대금업에는 으례 '고리'자가 자석처럼 붙어 어려운 사람의 피는 빠는 업으로 격하됐다.
근세기 들어 대금업은 은행이란 이름으로 바뀌며 건전한 금융 시스템으로 자리잡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은행에대한 이미지가 다시 고금의 시대로 돌아간 듯 부정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약탈적 금융'이란 용어가 전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돌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대등해 최근 국내 은행들도 '착한금융'을 표방하며 이미지 쇄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객 중심의 정도·윤리경영 실천 선언과 여신관련 수수료 폐지, 가계 및 기업 대출금리 인하, 가계대출 영업점장 가산금리 폐지, 서민금융 강화 등 각종 서민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착한손'의 이면엔 여전히 대출서류와 금리를 조작하고 고객을 차별하며 고객돈을 횡령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
금융권이 온갖 이미지 쇄신책을 내놔도 여론의 향방이 여전이 부정적인 이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469명이었다. 올해에는 지난 8월말까지 모두 447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2명)보다 2배가 넘는 규모다.
이같은 비리가 많아질수록 은행 자체가 감내해야할 비용도 높지만 이를 희석하기 위한 대국민적 비용은 수백 배 수천 배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은행을 옭아매는 사회적 규제가 더 빡빡해 지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은행은 물론 은행 종사자들의 도덕적 재무장이 정말 시급한 시기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