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이재현 CJ 회장 해외사업 '불호령', 실적 어땠길래?
상태바
이재현 CJ 회장 해외사업 '불호령', 실적 어땠길래?
  • 이경주 기자 yesmankj@naver.com
  • 승인 2012.09.17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근 전체 계열사 CEO를 불러 모아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가 없다고 호되게 질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들어 CJ 주요 계열사들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불호령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전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껏 글로벌 사업에서 화려한 보고서만 있었을 뿐 성과는 없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즉각 공개돼 널리 보도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작심하고 질책을 내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최근 국내 주요 그룹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비상경영에 들어간 터라 이 회장의 발언이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불황속에서도 CJ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올 상반기에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보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6곳의 상반기 매출은 7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나 신장했다.

 

 

그룹의 중추인 CJ제일제당은 무려 50.5%나 증가했고, CJ이앤엠은 41.8%, CJ푸드는 25.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장율이 가장 낮은 CJ대한통운조차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외형상으로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성적표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회장이 불호령을 내린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전체적인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들쭉날쭉하다. 6개 계열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보다 22.4%나 증가했지만 CJ푸드 CJ이앤엠, CJ오쇼핑 등 3개사는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가장 덩치가 큰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52.1%나 돼 다른 계열사들의 부진을 덮고도 남았을 따름이다.

 

이 회장이 문제를 지적한 해외사업도 사정이 좋지 않다.

 

외형이 CJ제일제당에 비해 7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CJ이앤엠만 해외매출이 129.8%로 크게 늘었을 뿐, CJ제일제당(13.8%)과 CJ대한통운(11.8%)은 해외매출의 성장세가 전체 매출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심지어 CJ프레시웨이(-26.3%)와 CJ씨푸드(-24.1%), CJ오쇼핑(-12.9%)은 해외매출이 두자릿수로 줄었다.

 

6개 계열사의 해외매출 평균 증가율은 12.9%로 전체 매출 평균 증가율 35.4%와 영업이익 평균 증가율 22.4%에 훨씬 못 미쳤다.

 

CJ가 성장이 둔화된 내수시장에서 탈피해 해외사업 육성에 발벗고 나선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크지 않다.

 

이는 해외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CJ제일제당의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6.2%에서 올해 19.8%로 낮아졌고, CJ씨푸드, CJ오쇼핑, CJ프레시웨이도 해외매출 비중이 지난해 보다 감소했다. CJ이앤엠과 CJ대한통운만 소폭 증가를 기록했다.

 

이 회장의 말대로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중인 해외매출 신장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이다.

 

이 회장은 CJ그룹이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을 100조원으로 늘리고, 그 중 글로벌 매출이 70조원을 차지하는 거대 글로벌기업으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의 해외매출이 지난해 6조2천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9년 만에 이를 70조원으로 늘리는 게 쉽지 않은데 상반기 해외 실적이 부진하니 이 회장이 실망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해외사업 가운데는 그나마 중국 실적이 우수한 편이다.

 

CJ는 17년 전부터 꾸준히 중국시장을 공략해 2011년 기준 전체 해외매출의 35.2%인 2조1천800억원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 가운데 6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2009년 1조1천700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은 지난해 2조1천800억원으로 불과 2년 새에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글로벌 도약의 중심 축인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매출 중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이오산업이어서 나머지 식품이나 식품서비스업,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의 산업군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보고서만 있었을 뿐 성과는 없다'는 이 회장의 질책은 외형 성장 뒤에 가려진 질적 성장의 부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채찍질이 달리는 말에 더욱 속도를 내게 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