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려 눈총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급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조차 유통단계에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마이경제뉴스팀이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티프라이스의 생필품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CJ제일제당의 볶음짜장과 롯제제과 가나마일드초콜렛, 빙그레 메로나, 사조산업 양념쌈장 등 상당수 품목이 최근 두달여 사이에 가격이 두자릿수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제품 가운데 대부분은 식품업체의 공급가격 인상과는 별개로 값이 올라 유통업체들이 최근 식품가격 인상에 한몫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CJ제일제당의 볶음짜장은 7월1째주 1천원이었던 평균 판매가격이 9월2째주 1천400원으로 올랐다. 두 달만에 무려 31.9%나 인상된 것이다.
빙그레의 메로나(묶음) 가격은 3천600원에서 4천500원으로 24% 상승했다. 또 CJ제일제당의 약간 매운 맛 카레(17.4%), 사조산업의 양념쌈장(14.5%)과 롯데제과의 가나마일드초콜렛(12.0%), 삼립식품의 옛날꿀호떡(10.7%)도 판매가격이 두자릿수로 올랐다.
이외에 매일유업의 뼈로가는 칼슘치즈(270g)과 사조대림의 주부초밥짱은 각각 9.3%, 9.2%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 생필품가격 동향은 각 유통채널별 판매가격을 평균한 것으로 식품업체의 공급가격이 아닌, 실제 판매가격의 등락을 보여준다.
올들어 주요 가공식품 가격을 잇달아 올려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식품업체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공급가를 올린 적이 없으며,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올랐다는 해명이다. 특히 권장소비자 가격이 표시되지 않는 대부분의 제품은 유통업체가 최종 가격을 결정하게 돼 있어 제조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상품목을 밝힌 제품 외에 두달 사이 공급가를 변동한 상품은 없다”며 “최종 판매자인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조사는 책임이 없는데도 마치 제조사가 가격을 올린 것처럼 보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싸게 팔아야 장사가 되기 때문에 공급가를 인상하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실제 이번에 언급된 품목 중에 제조사가 공급가를 올렸기 때문에 가격을 올린 상품이 들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의견대립에도 불구하고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7~8월 휴가철 기간에 집중적인 판촉활동으로 가격이 낮아졌다가 9월 들어 원상복구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이 된 것처럼 보인 다는 설명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휴가철에 많이 팔리는 즉석식품이나 아이스크림, 초밥 등을 이 기간 대대적으로 프로모션했다”며 “판촉기간이 끝나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인데 생필품가격동향에는 이런 사실이 반영이 안돼 마치 가격을 인상한 것처럼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일부 제품은 같은 기간에 오히려 가격이 낮아졌다.
CJ제일제당의 볶음 짜장과 매운 맛 카레와 경쟁하는 오뚜기 3분 짜장과 카레는 가격이 각각 6.6%, 6.4% 하락했고, 대상과 오뚜기의 사과식초가격도 각각 4.6%, 1.1% 내렸다.
이에 대해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원의 생필품가격동향이 표본수가 적어서 오차가 많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펼쳤다.
생필품가격동향은 소비자원이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 등 주요 유통업체 200개의 생활필수품 116개 품목의 상품별 최저가격, 최고가격, 평균가격을 조사한 보고서로 매주 금요일 가격정보 싸이트인 T-Price를 통해 제공된다.
그러나 식품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제품가격을 슬그머니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