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0만원 트랙터 구입 보름만에 전소..국과수가 원인 못밝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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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만원 트랙터 구입 보름만에 전소..국과수가 원인 못밝히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11.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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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마저 발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하니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구입 후 보름만에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가 돼버린 트랙터 소유주의 한탄의 목소리다.

화재 등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과실 여부를 판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지만 화재 규모가 너무 크거나 시일이 오래 지나면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재의 원인이 명확히 제조사 과실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보상 의무도 없다는 것이 법률적 해석이다.

13일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8월 말 곧 다가올 가을걷이 때 사용할 93마력 트랙터 1대를 6천800만 원에 큰 마음먹고 구입했다.

보름 뒤 김 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거금을 주고 산 트랙터가 원인모를 불로 전소되고 화재로 인해 트랙터 주변 창고와 가축 먹이용으로 갖다 놓은 볏집까지 몽땅 태워 버린 것. 당시 트랙터에는 시동키조차 꽂혀 있는 않은 채 주차된 상태였다.

▲ 의문의 화재로 상당 부분 잿더미가 된 김 씨의 트랙터.


화재 직후 소방서와 제조사는 물론 국과수에서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 가장 공신력이 있다고 알려진 국과수 결과에 제조사와 김 씨 양 측의 촉각이 곤두섰다.

그러나 국과수조차 화재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발화원'을 찾는데 실패했다. 화재 정도가 심해 트랙터가 거의 훼손됐기 때문에 발화원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것.

국과수의 조사 결과에 따라 보상 범위를 논의하려 했던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애매한 입장 발표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제조사는 궁여지책으로 자사 구형모델을 마진 없이 3천40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타진했지만 6천800만 원짜리 트랙터를 구입 보름만에 의문의 화재로 잃어버린 김 씨로써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

김 씨는 "국과수조사 결과 발화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이 트랙터 어디에선가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가을걷이에 사용하려고 시운전조차 하지 않은 트랙터가 알 수 없는 화재로 잿더미로 변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라고 한탄했다.

제조사 국제종합기계 측 역시 당시 환경이 발화가 일어날 수 없는 조건이었기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화재 당시 새벽이어서 습도가 높았고 트랙터엔 시동키도 꽂혀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발화 가능성이 없었다"면서 "국과수 결과도 명확하지 않고 증명할 길도 없으니 회사도 난감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김 씨도 억울한 입장이기에 대리점과 의논해 일부 보상해줄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하겠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화재에 제조사가 전액 보상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종합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선 제조사가 보상을 해주거나 편의를 제공할 의무는 없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위의 사례의 경우 김 씨가 보상을 받길 원한다면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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