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이 우리은행 인수전 참가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당초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인수에 참여키로 했다가 '돌연 최종 결정이 아니다'며 유보 입장을 취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오후 3시 이사회를 갖고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 참여를 이사회의 경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며 한 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사회가 끝난 오후 6시경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가격 범위, 수량 범위 등 가이드 라인을 결정했다”며 사실상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인수에 참여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한 시간 후 “최종 결정은 경영위원회에서 하는 만큼 유보라고 봐야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매각은 다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 오는 28일 일반경쟁 입찰을 앞두고 어느 곳도 명확하게 인수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힌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교보생명 유보 발표를 일종의 눈치보기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매각의 일반경쟁 입찰이 성사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앞으로 입찰 추이를 치켜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중국 안방보험의 반응도 살피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9월30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공고를 내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30%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소수 지분 26 .97%는 희망 수량 경쟁 입찰 방식으로 쪼개 판매한다.
현재 업계에선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0%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3조 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여유 자금력이 1조3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인수를 위해선 1조7천억 원의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 모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FI는 일본의 SBI그룹, 프랑스 악사(AXA)그룹 등이다.
FI모집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의 개인 대주주 회사라는 점도 인수에 악재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인데다 기업금융 비중도 높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은행을 금융당국이 개인의 지배력에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금융당국이 은행의 오너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우리은행 매각이 이번에도 불발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다만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새로운 금융지주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현재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생명자산운용(미국현지법인), 생보부동산신탁, A&D신용정보, KCA손해사정주식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 생명보험 등 5개의 금융자회사와 교보문고, 교보리얼코, 교보정보통신, 교보데이터센터 등 4개의 비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에 성공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면 총자산 규모는 3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점포가 900개에 달하는 만큼 당장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활성화가 예상된다. 또 보험과 증권, 은행을 연계한 서비스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수익이 보험업에 집중돼 있었기에 생보시장이 어려워지면 갖게 되는 위험도 은행 인수로 사업이 다면화 되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지겠지만 인수만 한다면 당장 교보생명상장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손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