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외환 조기 통합 추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하나금융의 미래비전 달성을 위한 기틀을 다지며 연임에 성공했으나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 회장은 지난 23일 하나금융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 결과를 얻어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초저금리 경영환경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마무리 지을 적당한 인사가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김 회장이 재임 당시 쌓은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연임에 이견을 제기할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사실 김 회장의 연임은 회추위가 열리기 전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김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던 터라 수장 교체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연임과 동시에 김 회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국내 은행 이익 1위, 글로벌 이익비중 40% 달성 미래비전 달성 초석 다져
우선 김 회장은 침체된 경영환경 속에서 수익성을 꾀하기 위해 지난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했다. 비록 지금은 통합 추진이 외환 노조의 반발과 법원의 가처분 인정으로 차질을 빚고 있지만 하나금융의 ‘미래’을 위해선 양 은행의 조기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해 초 공개한 2025년 이익기준 국내 1위 은행으로 성장이란 미래 청사진을 달성하기 위한 선결 과제기도 하다.
실제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달 들어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해외 현지화 영업 전략으로 하나금융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틀도 다졌다. 특히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은 국내 은행의 가장 성공적인 현지화 영업사례로 꼽힐 정도다.
2007년 현지은행 인수 후 인도네시아 우량기업 및 개인고객 유치를 통한 현지화 영업을 추진해왔으며, 총 40개 지점에 현지 직원 비율 97.3%, 현지 고객 비율 79.2%를 달성했다.
이 외 중국 하나·외환 현지법인을 통합시켜 중국인대상 위안화 영업을 개시했고, 캐나다 화교 및 필리핀계를 대상으로는 스마트금융을 접목시켜 현지 리테일 영업에 나섰다.
이처럼 현지화 전략을 토대로 하나금융은 해외 24개국에 128개 점포망을 갖추며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지난해 금융권 이슈로 떠올랐던 기술금융 실적에서도 하나은행 대전금융센터가 충청지역에서 1위를 달성할 만큼 금융의 공적기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정태 회장은 1952년생으로 경남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으며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1992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합류해 송파지점장과 가계영업점총괄본부장, 가계금융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했고 2011년에는 1조2천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2년 3월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다.
하나금융의 2025년 이익 1위, 글로벌부문 이익비중 40% 달성 등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기초를 다진 김 회장은 이번 연임으로 2018년3월까지 3년간 그룹을 다시 이끌게 됐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만 그릴 상황은 아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 추진 난항에 수익성 제고, 과제 산적
김 회장이 승부수로 띄웠던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의 지연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오는 6월까지 통합 작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추후 합병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합병을 주도하던 임원도 물러나며 뒤숭숭해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조기 통합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수익성 향상도 집권 2기 달성해야 할 과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9천377억 원으로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1조 원에 미치지 못 했다. 신한금융(회장 한동우)과는 배 이상 차이가 나고, KB금융(회장 윤종규)보다도 4천억 원 이상 순이익이 작다.
이달 초 김병호 하나은행장 취임식에서 “외환은행이 규모에 비해 이익이 나지 않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도 실적이 역전될 판”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을 정도다.
금융지주 순이익의 98%를 은행이 부담하는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것도 김 회장의 몫이다.
후계양성 프로그램을 갖춘 신한금융과 KB금융처럼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후계자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김 회장은 23일 회추위 후 “직원들이 스스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퍼’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직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행복한 금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의 산적한 과제를 잘 풀고 행복한 집권2기를 꾸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